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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인터뷰] 김혜수 “‘배역보다 김혜수가 먼저 보인다’는 콤플렉스 심했죠”

[st&인터뷰] 김혜수 “‘배역보다 김혜수가 먼저 보인다’는 콤플렉스 심했죠”

  • 기자명 박재호 기자
  • 입력 2020.11.0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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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
배우 김혜수

 

 

[STN스포츠(삼청)=박재호 기자]

김혜수는 1986년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늘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왔다. 30여 년간 다듬어진 ‘김혜수표’ 연기는 이제 충무로에서 대체 불가한 영역이 됐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는 건 의외였다. 극 중 배역보다 ‘김혜수’가 먼저 보인다는 것. 그러나 이번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는 이런 고민에서 많이 벗어난 듯하다. 김혜수가 가진 캐릭터적 강렬함보단 배역 자체로 묻어났다는 평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제가 가진 것들이 드러나면 무의식 중에 배제하는 게 있다. 하지만 ‘내가 죽던 날’에선 그런 것들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졌다”고 털어놨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노정의 분)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김혜수 분),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

김혜수는 사라진 소녀 세진의 사건을 심도 있게 파헤치는 경찰 현수를 연기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닮은 소녀에게 점점 몰입하던 현수는 사건 이면에 감취진 진실에 다다갈수록 점차 자신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깨닫는다.

배우 김혜수
배우 김혜수

 

“이번 작품은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고통과 절망에서 시작한다. 이런 캐릭터를 마주해야 하는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마음보단 진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지 않으면 이 영화는 관객에게 와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이걸 구현하려면 내가 나의 어두운 면, 나의 상처와 고통을 감추고 시작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자연스러우면서 심도 있게 그려냈다”

김혜수의 말처럼 실제 그가 겪었던 일련의 경험들을 영화에 녹여냈다. 극 중 현수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악몽을 꾼다. 김혜수는 이 장면의 대사를 직접 썼다고 밝혔다. 현수가 악몽을 꾸는 상황을 자신의 실제 경험에 빗대어 “심리적으로 죽은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제가 아이디어 몇 가지를 제안했다. 처절한 바닥에 있는 현수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극 중 대사 중 ‘잠을 못 자’, ‘약을 먹고 여기가 어딘가 하면서 깬다’, ‘악몽을 반복적을 꾼다’ 등의 대사는 제가 직접 썼다. 실제로 극 중 현수처럼 제가 늘 같은 꿈을 꾼 시기가 있었다. 심리적으로 죽은 상태였나 싶었다. 꿈을 꿀 때마다 제가 보이는데 제가 죽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 그게 무섭지는 않고 내가 엎드려 있는데 ‘누가 좀 치워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매번 하면서 자다 깨다 했던 거다”

김혜수는 극 중 현수와 자신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던 중 과거 모친의 ‘빚투’로 인해 마음 고생을 겪었던 일도 털어놨다. 지난해 7월 김혜수는 13억원에 이르는 모친의 빚투가 터지자, 당시 그는 어머니와 8년 전 연을 끊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언론에 개인사가 알려진 건 작년이었다. 하지만 그걸 처음 알게 된 건 2012년이었다. 당시 일을 할 정신이 아니었다. 극 중 현수가 ‘나는 내 인생이 멀쩡한 줄 알았는데 이럴 줄 몰랐다. 나는 진짜 몰랐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정말 제가 했던 말이었다. 당시 심적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문제가 내가 배우를 했기 때문에 시작됐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내가 괜히 연예인이 돼서 가정파탄이 됐나 하는. 그래서 나는 일을 더 이상 안 할 생각에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파트너가 ‘선배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저를 믿고 가시면 안될까요’라고 부탁했다. 배우를 하는 나로서는 ‘내가 해온 시간을 이렇게 더럽히면서 마감하지 않으리라’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했던 작품이 드라마 ‘직장의 신’과 영화 ‘관상’이었다. 현수처럼 일을 하는 동안에는 잊을 수가 있었다. 초집중을 해야 하니깐 말이다. 결국 일이 돌파구가 돼 줬다”

배우 김혜수
배우 김혜수

 

김혜수는 아역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1986년 영화 ‘깜보’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어느덧 데뷔 34년 차를 맞았지만, 그에게 현장은 여전히 ‘두려운 공간’이라는 의외의 말을 털어놨다. 배우는 ‘피폐해지는 직업’이라며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부담감이 있다‘고도 말했다. 배우가 된 것에 만족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한 작품이 끝나면 ’여기까지 하고 조용히 은퇴하자. 가진 것에 비하면 충분히 해냈다‘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현장이 즐겁거나 행복하진 않다. 남이 모르는 저만의 핸디캡들이 많다. 배우의 자산은 결국 몸과 표정, 감정적인 자산이 다다. 이런 것들을 끄집어내고 변주해가며 빚어내는 건 정말 경이롭다. 하지만 인간 김혜수는 피폐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과연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의 괜찮지만 연기를 할 때의 내 자신을 싫다. 현장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데 한꼐에 직면하는 순간 현장은 괴롭다”

그간 김혜수가 만들어낸 독보적인 캐릭터들은 수도 없이 많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타짜’, ‘도둑들’,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드라마 ‘하이에나’, ‘시그널’, ‘직장의 신’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번 작품 ‘내가 죽던 날’이 김혜수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지 기자가 묻자 ‘배우 김혜수’의 생각을 들려줬다.

“사실 대표작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대표작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령 사람들은 ‘타짜’를 많이 얘기하지만 보신 분들이 하는 얘기다. ‘타짜’ 속 캐릭터는 최동훈 감독의 김혜수다. 이번에는 박지완 감독의 김혜수라고 생각은 하지 않고 이 작품 역시 대표작은 아니다. 대표작은 있어도 없었도 상관이 없다. 배우로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가 중요하다. 오래 연기한다고 해서 대표작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도 안 한다. 대표작이 있다고 해서 영화인, 배우로서의 프라이드가 생기지도 않더라”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STN스포츠=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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