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유럽레터] '셋방살이 설움' 코벤트리, EPL 승격의 꿈을 꾼다
[이형주의 유럽레터] '셋방살이 설움' 코벤트리, EPL 승격의 꿈을 꾼다
  • 이형주 기자
  • 승인 2020.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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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트리 시티 선수들
코벤트리 시티 선수들

[STN스포츠(코벤트리)영국=이형주 기자]

셋방살이 설움을 겪고 있는 코벤트리 시티가 EPL 승격의 꿈을 꾼다. 

영국 중부의 도시 코벤트리는 고다이바 설화로 유명한 도시다. 11세기 중반 코벤트리는 레오프릭 영주가 통치하고 있었다. 레오프릭 영주는 통치 초기 학정으로 백성들을 괴롭게 했다. 남편의 전횡에 아내 고다이바 부인이 선정을 베풀 것을 호소했다. 

아내의 조언에 화가 난 레오프릭 영주는 나체로 시내를 한 바퀴 돌면 고려해보겠다고 전했다. 고다이바 부인이 직접 행동에 나서자, 이를 관음한 톰이라는 한 명의 인원을 제외하고 부인의 수치심을 생각해 행진을 보지 않았다. 아내가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또 나은 도시를 위해 자신이 말했던 것을 이행하자 레오프릭 영주가 개과천선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고다이바 설화로 유명한 이 도시에는 연고 클럽인 코벤트리 시티가 위치해 있다. 비교적 최근에는 2부리그와 3부리그를 오가는 이전에 비해 볼품 없는 클럽이 됐지만, 그들은 1986/87시즌 FA컵을 우승한 클럽이며, EPL에도 족적을 남긴 클럽이다. 

코벤트리 시티 엠블럼
코벤트리 시티 엠블럼

코벤트리는 EPL 출범 첫 시즌인 1992/93시즌부터 9시즌 간 EPL에서 모습을 보였다. 미키 퀸, 디온 더블린, 게리 맥알리스터, 크레이그 벨라미, 로비 킨까지. 그들이 배출한 EPL 스타들만 해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런 코벤트리는 2000/01시즌 19위 강등 이후 끝없는 추락을 겪었다. 최근까지 3부리그를 전전하던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EPL서 활약하던 클럽의 믿을 수 없는 몰락이었다. 

더 심각했던 것은 코벤트리가 재정난으로 셋방살이 설움을 겪었다는 것. 코벤트리 지역지 <코벤트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들은 극초반을 제외하고 하이필드 로드에서 언제나 경기를 했다. 

코벤트리에 위치해 있는 하이필드 로드는 1899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06년 간 구단과 생사고락을 나눴다. 구장이 수명을 다함에 따라 코벤트리는 경기장 이전을 계획하게 됐다. 코벤트리는 새 경기장 건설 기간 동안 노스 햄튼 식스필즈 스타디움에서 셋방살이를 한 뒤 새 경기장 리코 아레나로 새롭게 이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코벤트리의 성적은 개선되지 않았고 구단 빚은 쌓여갔다. 코벤트리는 경기장 임대료를 내지 못해 자신의 홈구장서 경기하지 못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또한 애초에 리코 아레나는 코벤트리에 연고를 두고 있는 코벤트리 럭비 클럽과 공유하는 구조였다. 코벤트리 시티의 재정이 극악으로 치닫닫았을 때 코벤트리 럭비 클럽이 이 소유권을 가져갔다. 이후 코벤트리의 리코 아레나 사용은 불발됐다. 

코벤트리 시티 홈구장 리코 아레나
코벤트리 시티 홈구장 리코 아레나

홈구장을 잃은 코벤트리는 여전히 셋방살이 중이다. 직전 시즌까지는 버밍엄 시티의 홈 세인트 앤드류스서 경기를 치렀다. 다음 시즌부터는 워릭 대학의 경기장을 쓸 예정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올 시즌 코벤트리의 2부 승격은 팬들에게 한줄기 빛이었다. 올 시즌 코벤트리는 마크 로빈스 감독 하 단결해 좋은 모습을 보이며 리그 원(3부리그) 선두를 달렸다. 44라운드까지 진행되는 리그 원에서 34라운드까지 승점 67점으로 3위와 7점 차로 직행 승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했고 리그가 급기야 중단됐다. 코로나19 휴식기 동안 리그 취소 이야기까지 나왔다. 코벤트리의 성과가 모두 무너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30년 만의 리그 우승을 기다리던 리버풀 FC 팬들과 EPL 복귀에 임박했던 리즈 유나이티드 팬들과 함께 가장 벌벌 떨었던 팬들이 코벤트리 팬들이었다. 절박함 면에서 보자면 코벤트리가 가장 크다고도 볼 수 있었다. 

리그 원 올해의 감독이자, 코벤트리의 승격을 이끈 마크 로빈스
리그 원 올해의 감독이자, 코벤트리의 승격을 이끈 마크 로빈스

아주 다행스럽게도 리그 원은 시즌을 조기 종료하는 대신 경기당 승점으로 순위를 인정했다. 이에 1위 코벤트리는 2부리그 복귀를 확정짓게 됐다. 이번에 승격에 실패하면 클럽 재정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서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살던 코벤트리 팬들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코벤트리는 이제 차기 시즌 2부리그서 새로운 시작에 나선다. 승격보다 재강등이 가까워보이는 전력이기는 하지만 포기는 없다. 언급됐듯 여전히 차기시즌에도 워릭 경기장 셋방살이지만, 난관을 이겨내고 EPL 복귀를 꿈꾼다. 그들의 도전이 기대된다.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코벤트리/리코 스타디움), 코벤트리 시티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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