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상완 기자]
'한국 펜싱 레전드' 남현희(39)가 CEO(최고경영자)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남현희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일대에 '남현희 인터내셔널 펜싱 아카데미'를 오픈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남현희를 응원하기 위해 가족, 선후배 동료, 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한걸음에 달려왔다.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SK네트웍스 회장)도 열일 제쳐두고 남현희의 초대에 흔쾌히 응했다. 선수 생활 하는 동안 가르침을 받은 펜싱계 스승과 원로,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 에페 은메달리스트 신아람 등 선수 시절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뿐만 아니라 '절친'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IOC 위원), 신정희 대한체육회 이사 등 평소 친분이 두꺼웠던 다양한 체육계 인사들도 찾아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남현희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치러진 '100회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26년간 입은 선수복과 칼을 내려놓았다. 대외적인 상황에 은퇴를 결정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주저 없이 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평소 지도자를 꿈꿨던 남현희는 큰 고민 없이 '펜싱 아카데미'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와 세계 펜싱을 평정했던 빠른 발과 빠른 손만큼이나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사실 많이 걱정했다. 운동선수 생활만 26년을 하다 보니깐…펜싱 클럽이 개인 사업이지 않으냐. 제가 했던 분야와는 다르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많은 분께 조언을 얻어서 지금도 제가 지도만 해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어떤 시스템이 있고, 어떻게 하면 좋고'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함께 갈려고 했기 때문에 용기를 많이 얻게 됐다."
유승민 IOC 위원은 가장 큰 힘이 됐다. 남현희는 유 위원이 설립한 꿈나무와 지도자 육성을 목표로 하는 사단법인 두드림스포츠 부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유 위원은 "남현희 대표가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시작했으니 모든 사람이 남녀노소 누구나 펜싱이라는 스포츠를 쉽게, 어렵지 않게 전파를 할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변의 응원과 조언에 힘을 얻고 남현희는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선수 생활 느꼈던 '펜싱 정보 한계' 때문이었다.
"제가 운동을 했을 때는 스파르타식의 운동 방법, 많은 종목 중에 펜싱이라는 종목을 우연히 하게 됐다. 펜싱선수로서 활동하다 보니깐 펜싱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굉장히 펜싱선수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들이 매우 컸다. 그 과정에서 미국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미국 대회에도 뛰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한 정보력이 한국에서는 미흡하다는 것을 알았죠. 저는 선수 활동만 이어갔지만, 그사이 지도자 준비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퇴했을 시점에 '지도자는 이렇게 지도를 해야겠다'라는 느낌과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움을 줘야겠다'라는 것이 뚜렷해져서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톡톡히 느꼈던 남현희는 펜싱을 알리는 데에 앞장서야겠다라는 의무감도 들었다. "많은 분이 펜싱을 많이 접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은퇴 선수들이 많은데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질 수가 있어 그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시설과 장비다. 26년 동안 선수로 활동하면서 느끼고 체험했던 노하우를 최대한 반영해 작은 부분까지 온 신경을 썼다. "밑에 바닥 같은 경우는 운동선수로 활동을 하다 보니깐 무릎에 부상을 입었을 때, 선수 활동에 제한이 걸리더라. 통증도 아주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가르치고 엘리트 선수들도 있다 보니깐 바닥을 목재로 해서 무릎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게, 고충을 친구들이 고스란히 가져가지 않기 위해서 나름 방법을 취했다." 남현희는 선수에서 한 회사의 대표로 도전하는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한국 펜싱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가르치려는 목표는 펜싱을 잘 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 아이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역할도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제 행동과 말을 굉장히 조심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펜싱을 잘 가르치면 국가대표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는 펜싱 은퇴 선수들이 지도자로 많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조심스럽지만 펜싱진흥원을 통해서 은퇴 선수들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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