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20개팀 결산-일일E⑨] D.퍼거슨의 헤비메탈, 에버튼을 구하다
[EPL 20개팀 결산-일일E⑨] D.퍼거슨의 헤비메탈, 에버튼을 구하다
  • 이형주 기자
  • 승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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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감독 시절 팀 득점 후 볼보이와 환호하는 던컨 퍼거슨
임시 감독 시절 팀 득점 후 볼보이와 환호하는 던컨 퍼거슨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일요일 일요일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이다!

2019/20시즌 EPL는 연일 수준 높은 경기를 양산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직전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결승전 진출 4팀을 독식한 리그다웠다. 이에 EPL 20개 팀의 시즌을 매 일요일에 되돌아본다. 더불어 진행되는 토토라(토요일 토요일은 라리가다!)도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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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칼버트 르윈
도미닉 칼버트 르윈

-에버튼 FC (29전 10승 7무 12패)-12위

던컨 퍼거슨이 에버튼 FC를 구했다. 

에버튼은 지난 2018년 사전 접촉 의혹 속에 왓포드 FC 감독이던 마르코 실바를 데려왔다. 논란 이후에도 일을 밀어붙여 그를 데려올 정도로 실바는 촉망받는 지도자였다. 물론 그 전 클럽인 헐 시티는 물론 왓포드에서도 이뤄낸 성과에 비해 고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시점에서 에버튼의 선택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에버튼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데이빗 모예스 감독 시절 빈곤한 재정 상황을 맞았던 바 있다. 이에 가난한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최근 그 이미지와 달리 돈을 쓸 때는 쓰는 구단이다. 실바 감독을 위해 지난 2018년 여름에도 히샬리송 데 안드라데에 3,500만 파운드를 쓰는 등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던 에버튼이었다.

하지만 에버튼의 이런 지원에도 실바 감독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8위를 기록, 유럽 대회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2년 차인 이번 시즌에는 실바 감독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 에버튼 팬들이 믿었다. 

하지만 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오히려 실바 감독은 지난 시즌에 비해 에버튼을 퇴보시켰다. 올 시즌 의미 없는 롱볼 축구 속에 에버튼은 15라운드까지 4승 2무 9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중반의 4연패는 팬들의 소개를 숙이게 하기 충분했다.

더 심각했던 점은 에버튼 구단이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실바 감독을 지원해줬다는 것. 임대 중이던 안드레 고메스를 완전 영입하는데만 2,200만 파운드가 들었다. 요나스 뢰슬, 페이비언 델프, 장 필립 그바망, 모이스 킨, 알렉스 이워비 등을 영입하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에버튼은 기존 멤버들도 그렇고 기술적인 축구를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팀. 하지만 실바 감독은 4-2-3-1 기반의 롱볼 축구만 거듭했다. 측면을 유린할 수 있는 히샬리송을 롱볼 전담으로 쓰기도 여러 번. 에버튼의 성적이 추락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실바 감독은 15라운드 후 경질됐다. 

구단이 올 시즌을 준비하며 실바 감독을 완전히 신뢰했기에 경질 직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감독 매물 역시 마땅치 않은 상황. 에버튼 수뇌부는 클럽의 레전드인 던컨 퍼거슨에게 임시 감독을 맡기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어 퍼거슨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새 감독을 물색하기로 한다. 

철저한 실패로 귀결된 마르코 실바 감독의 에버튼
철저한 실패로 귀결된 마르코 실바 감독의 에버튼

던컨 퍼거슨. EPL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과 성이 같은 그는 현역 시절 에버튼의 레전드였다. 그는 포스트 플레이를 즐겨하던 공격수로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때론 거칠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열정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당당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퍼거슨은 에버튼 코칭스태프 취임 후 외면받는 존재가 된다. 지난 12월 미국 언론 <디 애슬래틱>에 따르면 전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 시절에는 하프타임 때 라커룸 출입이 거절될 정도였고, 실바 감독 시절에는 포르투갈어 회의 속에 그가 철저히 배제됐다. 

하지만 퍼거슨은 푸대접 속에서도 에버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특히 도미닉 칼버트 르윈의 1대1 강사를 자처하는 등 유스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바쳤는데 이는 퍼거슨 감독 부임 후 그대로 이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임시 감독이 된 퍼거슨은 드레싱룸 샤우팅 금지를 풀며,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칠 수 있게 했다. 첫 경기 첼시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너희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보이고, 니가 달고 있는 엠블럼을 생각하며 뛰어달라”라는 간단한 지시만을 전했다. 전술적인 지시 역시 간단해싿. “스트라이커들에게 빠르게 볼배급하고, 세컨볼에 달려들어라’라는 내용이었다. 

아까 언급됐듯 특히 에버튼 유스인 도미닉 칼버트 르윈, 메이슨 홀게이트, 톰 데이비스에 있어 퍼거슨은 은사 그 자체였다.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코치님, 아니 임시 감독님을 위해 그들은 뛰고 또 뛰었다. 

또 흥미로운 것은 퍼거슨 임시 감독이 포메이션을 4-4-2로 변경했다는 것. 포메이션은 간소화하는 동시에 정확한 간격과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를 구석에 몰았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부상은 메이슨 홀게이트를 중앙 미드필더로 올려 메웠다. 에버튼은 퍼거슨 감독 대행 첫 경기서 3-1 승리를 이루는 파란을 만들었다. 경기 직후 포효하는 퍼거슨의 모습은 영 언론의 화제였다. 

구디슨 파크 홈구장에 걸려있던 던컨 퍼거슨의 현역 사진
구디슨 파크 홈구장에 걸려있던 던컨 퍼거슨의 현역 사진

첼시전 이후에도 맨유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등 퍼거슨 임시 감독은 팀을 수습했다. 이 틈을 타 에버튼은 카를로 안첼로티라는 최고 수준의 커리어를 가진 명장을 데려왔다. 안첼로티의 최근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가 명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 퍼거슨 임시 감독이 번 시간이 이를 만든 것이다. 

에버튼 팬들 사이에서는 왜 퍼거슨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키지 않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에버튼 수뇌부가 퍼거슨 임시 감독을 등한시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다. 

에버튼은 현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에서 브롬리 도크 신구장 건축 및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 퍼거슨이 정식 감독을 맡아 팀을 잘 꾸리면 좋지만,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면 에버튼은 레전드와 역량있는 감독 후보를 동시에 잃는 결과를 낼 수 있다. 이에 명장인 안첼로티에게 그 기간에 팀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안첼로티는 취임 이후 구단 및 팬들의 기대처럼 퍼거슨을 내치지 않고 수석 코치로 임명했다. 퍼거슨 수석 코치 역시 안첼로티의 전술을 흡수하며 또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힘든 책무를 안게 된 카를로 안첼로티 현 에버튼 감독
힘든 책무를 안게 된 카를로 안첼로티 현 에버튼 감독

일단 에버튼은 실바 감독 시기 강등까지 거론되던 위기에서는 탈출한 상태다. 18위 AFC 본머스와 승점 10점 차가 난다. 안첼로티 감독은 강등권과 차이를 벌리면서 유럽 대회 진출을 노려볼 것으로 보인다. 리그가 재개되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 시즌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복안이다. 

◇올 시즌 최고의 선수-도미닉 칼버트 르윈

스쳐 지나가는 유망주로 묻힐뻔하던 칼버트 르윈이 에버튼의 미래로 다시 떠올랐다. 올 시즌 15골을 넣은 그는 특히 실바 감독 경질 후 10골로 모하메드 살라와 리그 최다골을 기록했다. 퍼거슨 감독 부임 후 달라진 그는 이제 EPL 정상급 공격수로 환골탈태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시즌 최우수 유망주(만 23세 이하)-메이슨 홀게이트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인 수비 자원. 주 포지션인 센터백 뿐만 아니라 4-4-2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 롤도 맡으며 팀에 공헌했다.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도 중용받고 있는 그는 명실상부 에버튼의 미래다.

◇시즌 최악의 경기-15R 리버풀 FC전(2대5 패)

앙숙이자 지역 라이벌인 리버풀과의 맞대결. 에버튼 팬들이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감만 얻어갔다. 실바 감독 하에서 에버튼은 색깔 없는 축구만을 반복했다. 리버풀이 골을 쓸어담으면 뒤늦게 쫓아가는 것이 다였다. 결국 이날 대패로 실바 감독이 경질됐다. 

◇시즌 최고의 경기-16R 첼시 FC전(3대1 승)

그야말로 위기의 팀에 급하게 부임한 D.퍼거슨 감독이었다. 하지만 D.퍼거슨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헤비메탈 축구를 펼치며 첼시를 괴롭혔고 3-1 승리를 거뒀다. 특히 칼버트 르윈은 멀티골을 터트리며 은사를 기쁘게 했다. 

사진=뉴시스/AP, 이형주 기자(영국 리버풀/구디슨 파크)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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