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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유 아닌 유맨, 사랑할수록 멀어지는 아픔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유 아닌 유맨, 사랑할수록 멀어지는 아픔

  • 기자명 이형주 기자
  • 입력 2020.03.26 19:56
  • 수정 2020.03.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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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맨의 홈구장, 브로드허스트 파크.
유맨의 홈구장, 브로드허스트 파크.

[STN스포츠(모스턴)영국=이형주 기자]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클럽들이 있다. 

영국 중심부이자, 잉글랜드의 북서부에는 그레이터맨체스터가 위치해있다. 랭커스터 가문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곳으로 현재도 철강 산업과 교통의 요지로 기능하고 있는 곳이다. 

맨체스터를 포함한 이 그레이터맨체스터는 수도 런던도 한 수 접을 정도로 유명한 축구 성지다. 지리상으로는 유럽 서북쪽에 치우쳐 있지만, 축구계 중심의 위치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곳이다.

이 그레이터맨체스터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럽을 대표하는 빅클럽 맨체스터 시티를 포함해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는 클럽들이 위치했다. 뿐만 아니라 베리 FC, 로치데일 AFC, 올드햄 어슬래틱 등 그들만의 역사를 지닌 클럽들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영국 현지서 취재 중인 STN 스포츠의 이형주 특파원이 [이형주의 유럽레터] 속 특집을 통해 그레이터맨체스터 내 지역(맨체스터·솔퍼드·볼턴·베리·올덤·로치데일·스톡포트·테임사이드·트래퍼드·위건) 한 곳, 한 곳을 조명하는 기사를 준비했다.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① - 프리뷰: 축구도시 맨체스터 그 한 가운데서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② - 베리 FC, 134년 역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③ - 살포드 시티, 맨유 Class of 92가 바꿔놓다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④ - '글로벌 빅클럽 도약' 맨시티, 확실한 성공 모델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⑤ - 테임 사이드, 빅스타 배출을 넘어 빅클럽 배출로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⑥ - '4부 강등 임박' 볼튼, 추억의 이름이 될 것인가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⑦ - 위건,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지는 클럽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⑧ - '서로 애틋했던' 올덤과 스콜스, 최악의 마무리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⑨ - 유맨의 이야기, 사랑할수록 멀어지는 아픔

사랑할수록 멀어진다.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팬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그 20회로 최다 우승에 빛나는 잉글랜드의 명문팀. 잉글랜드 최초의 유러피언컵 제패 클럽이자, 트레블의 주인공. 헤이젤 참사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진 잉글랜드 리그를 끌어올린 클럽. 유맨 팬들도 그런 맨유를 응원하던 평범한 팬들이었다. 

맨유를 너무나 사랑하던 팬들이 유맨으로 떠나게 된 이유는 매우 역설적이다. 내가 사랑하는 클럽이 자신들의 기준에서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떠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역설적인 아름다움이다. 

현재 맨유는 <포브스> 등 경제전문지들의 조사에 따르면 수익 3위 이내를 줄곧 기록하는 빅클럽이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맨유가 연 수입 1~3위를 다툰다. 하지만 그 수입이 팀 전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유맨 팬들이 맨유를 떠난 이유가 있다. 

2005년까지 맨유는 시민 주주들이 주축이 된 시민 구단이었다. 물론 거대 주주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주주가 구단의 소유권을 쥐고 독점을 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하지만 2005년 이 상황은 바뀌게 된다. 

현재는 고인이 된 말콤 글레이저는 2003년 맨유의 주식을 처음 구매하기 시작했다. 2005년 28.7%의 주식을 더 사면서 지분율 70%를 돌파했다. 이를 통해 압도적 최대 주주가 됐으면 맨유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 

맨유의 전신 뉴튼 히스를 토대로 만든 유맨의 엠블럼
맨유의 전신 뉴튼 히스를 토대로 만든 유맨의 엠블럼

글레이저는 더 나아가 자신의 빚을 탕감하는 용도로 맨유를 이용하기 시작됐다. 맨유가 벌어들인 수익은 2020년 현재까지도 글레이저家의 빚을 갚는데 쓰이고 있다. 글레이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든 셈이다. 사우디 왕가의 거액 제의 등에도 구단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이유다.

2005년 당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팬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글레이저를 싫어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비판의식에도 맨유를 도저히 버릴 수 없는 팬들이 있었고, 맨유에서 나와 새로운 클럽을 조직한 팬들이 있었다. 어느 것을 잘했다, 잘못했다로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자의 팬들은 글레이저家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맨유의 전신인 뉴턴 히스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스카프를 둘러맸다. 우리들의 클럽을 찾겠다는 의지였다. 2009/10시즌 맨유의 레전드 데이빗 베컴이 AC 밀란 소속으로 경기를 치른 뒤 이 스카프를 매 서포터들의 뜻에 동조하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후자의 팬들은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를 조직했다. 미국 자본에 잠식당해 꼭두각시가 된 클럽은 우리의 클럽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모금을 했다. 이를 통해 유맨이 탄생됐다. 

유맨의 홈인 브로드허스트 파크는 그레이터 맨체스터 동북쪽에 위치해 있다. 올드 트래포드의 화려함과 영광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팬들의 손으로 하나, 하나의 피조물을 만들었기에 뜻 깊은 공간이다. 

노랑, 초록 목도리로 팬들 곁에 선 베컴. 떠난 유맨팬 남은 맨유팬 모두 환호했다
노랑, 초록 목도리로 팬들 곁에 선 베컴. 떠난 유맨팬 남은 맨유팬 모두 환호했다

창단 당시 아마추어 클럽이었던 유맨은 현재 6부리그까지 승격했다. 프로인 4부리그까지 두 단계, 최고 리그인 EPL까지는 다섯 단계가 남았다. 어려운 일이지만 팬들과 함께 도전에 나선다. 

기자가 유맨을 방문했을 때 만난 클럽 관계자는 “유맨 팬들이 글레이저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맨유를 응원하는 쪽이 많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즉 우리 자신들의 클럽을 되찾기 위해 유맨을 조직했고 응원하면서도 맨유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도 유맨 팬들이 클럽을 조직하던 2005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록 최근 성적은 주춤했지만 맨유는 여전히 빅클럽이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쓰지만, 또한 글레이저家로 가는 돈도 계속되고 있다. 빚 청산 같은 내용 없이 맨유를 인수하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은 글레이저家에 의해 거절로만 마무리된다. 

여러 부분에서 알 수 있듯 아직도 맨유를 사랑하는 유맨 팬들이지만, 글레이저家가 있는 한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사랑해서 글레이저家가 어지럽혀 놓은 클럽을 떠났고, 유맨에 집중하면 할수록 맨유와 멀어지게 된다. 

우리라면 어땠을까. 평생 사랑했던 클럽에 변고가 생겼고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또 그 결정으로 인해 사랑함에도 멀어지는 관계가 됐다면 그 상실감은 어떠할까. 가슴 아픈 이야기다. 

특집 ⑩편은 '스톡포트의 자존심, 스톡포트 카운티'라는 제목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모스턴/브로드허스트 파크), 영국 언론 가디언 캡처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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