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가오슝)대만=박승환 기자]
올 시즌부터 키움 히어로즈의 지휘봉을 잡은 손혁 감독은 독특한 습관이 있다. 돔 구장을 비롯해 투수 코치 시절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투수 교체 등으로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올라가는 것.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일은 경험에서 나오는 일종의 배려다. 손 감독은 선수 시절 투수로 활약을 펼쳤고, 이때 여러 가지 이유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 코치의 눈빛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투수 코치님이 말은 '괜찮다'라고 하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선수 시절에 투구 코치님의 눈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손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눈을 보고 불안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포커페이스가 잘 되면 괜찮은데, 그러지 않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SK에서 투수 코치로 부임하던 시절 키움의 제이크 브리검이 제이미 로맥에게 '왜 손혁 코치님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냐'고 물은 것이다. 손 감독은 로맥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손 감독이 키움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브리검과 영상통화를 했다. 손 감독은 브리검에게 인사를 건넨 후 과거에 브리검의 질문이 떠올랐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났다. 손 감독에 따르면 선글라스를 낀 모습을 본 브리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14일(한국시간) 대만 가오슝 국경칭푸야구장에서 만난 브리검은 손혁 감독의 선글라스에 대해서 왜 질문했냐고 묻자 "항상 이 점이 궁금했다"며 "내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 올라오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브리검은 "감독님이 눈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고 싶다"며 "나도 15년 동안 야구를 했는데, 눈치가 있다. 감독님이 마운드에 오르실 때는 7~8이닝을 던지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1회부터 감독님이 올라오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를 옆에서 듣던 요키시는 "감독님도 투수, 투수 코치 출신이라 그 마음을 잘 아시는 것 같다"면서도 "시즌 중에 얼마나 많이 올라오실지 봐야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absolute@stn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