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제주)=이상완 기자]
"지소연은 월드클래스다."
도쿄올림픽을 향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뗀 콜린 벨(59)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팀 에이스' 지소연(29·첼시 레이디스)을 가리켜 극찬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4위의 미얀마와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총 7골을 쏟아내며 7대0 대승을 거뒀다.
객관적 전력상 약체와의 경기였지만, 오는 3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점과 지소연 이금민(맨체스터 시티) 장슬기(마드리드 CFF) 등 해외파와 국내파들 간의 호흡을 맞춰볼 수 있었던 경기이기에 의미가 컸다.
골이 많이 터지는 경기에서는 경기 후반에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선수들은 벨 감독의 전술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조직력 완성과 공격력 극대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단연 지소연이다.
지소연은 최유리(스포츠토토) 강채림(현대제철) 투톱 밑 2선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약 7년간 영국에서 다져진 그라운드에서의 여유로운 경기 템포 조율과 넓은 시야, 좌우 및 전진으로 찔러주는 패스는 일품이었다.
홀로 2골 2도움을 올려 공격력에서도 팀의 확실한 '핵심'임을 증명했다.
벨 감독은 지소연에게 포메이션을 넘나드는 '프리롤'에 가까운 임무를 부여했다. 지소연은 감독의 주문에 100% 이상 보답하며 공격부터 수비,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적재적소로 넣어주는 '킬 패스'를 선보였다.
지소연은 "공격라인에 서 있지만, 많이 내려와서 미드필더 수적 우위를 주고, 사이드로 스루패스나 갈라주는 패스를 주면서 밑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15살의 나이로 성인 국가대표 무대에 데뷔한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의 '리빙레전드'다. 미얀마전에서 A매치 122경기째를 소화한 지소연은 총 57골을 넣어 남자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의 통산 A매치 최다골(58골) 기록에 가까워졌다.
지소연은 "골 넣는 것은 좋은 거니깐. 골을 계속 넣고 싶다. 올림픽을 가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다. 누가됐든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지난해 10월 부임 후 지소연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본 벨 감독은 "월드클래스다. 스스로 공간을 찾는 플레이어다. 굉장히 현명하고 기술적인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소연은 벨 감독의 극찬에 멋쩍어하면서 "제가 아직은 세계적인 실력이 아니기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오는 9일(일) 오후 3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승리할 경우, 조 1위를 확정하면서 오는 3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지는 최종 플레이오프에 오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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