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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유럽레터] 베리 FC, 134년 역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

[이형주의 유럽레터] 베리 FC, 134년 역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

  • 기자명 이형주 특파원
  • 입력 2019.12.20 14:03
  • 수정 2019.12.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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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FC 엠블럼과 그를 응원하는 클럽들의 머플러로 도배된 긱 레인
베리 FC 엠블럼과 그를 응원하는 클럽들의 머플러로 도배된 긱 레인

[STN스포츠(베리)영국=이형주 특파원]

그레이터맨체스터주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클럽들이 있다. 

영국 중심부이자, 잉글랜드의 북서부에는 그레이터맨체스터주가 위치해있다. 랭커셔 가문의 중심지로 철강 산업과 교통의 요지로 기능하고 있는 곳이다. 

맨체스터를 포함한 이 그레이터맨체스터주는 수도 런던도 한 수 접을 정도로 유명한 축구 도시다. 지리상으로는 유럽 서북쪽에 치우쳐저 있지만, 축구계 중심의 위치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곳이다. 

이 그레이터맨체스터주는 맨체스터·솔퍼드·볼턴, 베리·올덤·로치데일·스톡포트·테임사이드·트래퍼드·위건 총 8개의 구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럽을 대표하는 빅클럽 맨체스터 시티를 포함해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는 클럽들이 위치해 있다. 뿐만 아니라 베리 FC, 로치데일 AFC, 올드햄 어슬래틱 등 나름의 역사를 지닌 클럽들도 보유하고 있다. 

영국 현지서 취재 중인 STN 스포츠의 이형주 기자가 [이형주의 유럽레터] 속 특집을 통해 그레이터맨체스터주를 조명하는 기사를 준비했다.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① - 프리뷰: 축구도시 맨체스터 그 한 가운데서
◇[이형주의 유럽레터] 맨체스터 특집② - 베리 FC, 134년 역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

그레이터맨체스터주 중북부 베리구에는 그들을 대표하는 클럽이 있다. 바로 베리 FC다. 1885년 창단해 134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클럽은 축구 역사에도 영향을 미친 클럽이다. 풋볼 리그의 태동이 잉글랜드 중북부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베리가 태동 이후 활발하게 활동하며 축구가 자리 잡는 것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성적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클럽이다. 앞서 언급됐던 134년 역사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도 유서 깊은 역사다. 1900년과 1903년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정도로 한 때 맹위를 떨친 클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베리가 지난 9월 좋지 못한 소식으로 축구계 중심에 섰다. 바로 재정난으로 인해 프로무대(풋볼 리그)서 퇴출됐다는 것. 

베리는 직전 시즌 4부리그 2위를 기록, 3부리그로 승격했다. 이전의 역사를 재현할 수 있겠다라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구단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재정 안정성이 최하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부리그 팀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베리는 그 정도가 심각했다. 이에 베리는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봉급을 주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문제 해결을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백방으로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무너진 제방에 흐르는 물줄기를 막을 도리는 없었다. 

베리 FC 엠블럼
베리 FC 엠블럼

축구 실력과는 별개로 소속인들의 삶을 위협하며 구단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베리였다. 이에 EFL은 베리 측에 데드라인을 제시하고, 그 전까지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베리는 EFL이 제시한 데드라인 안에 축구 구단으로 운영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실패했다. 이에 리그에서 퇴출됐고 베리가 빠진 3부리그는 나머지 21개 팀으로 운영되게 됐다. 베리는 이번 시즌 뿐만 아니라 2020/21시즌에도 프로 레벨에서는 뛸 수 없게 됐다. 134년 역사가 구렁텅이에 빠지는 동시에 구단과 연관된 사람들의 삶에 슬픔이 피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베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만신창이가 된 구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구단이라기보다 자신들 삶의 일부로 기능했던 베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과 구단 임직원 중 일부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팬들은 먼저 베리의 이름에 먼지가 쌓이는 것부터 막았다. 베리 열성팬들의 일부는 풋볼리그 퇴출 직후 홈구장인 긱레인을 찾아 구단 청소에 나섰다.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현재도 정기적으로 홈구장을 찾으며 그들의 일부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이 파산한 후에도 홈구장 긱 레인을 자발적+정기적으로 청소하는 팬들
팀이 파산한 후에도 홈구장 긱 레인을 자발적+정기적으로 청소하는 팬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긱레인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한 팬은 구단과 관련된 활동에 “솔직히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관련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클럽을 프로로 복귀시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또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에 대해 무지하죠”라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더군요. 무엇이라도 해야, 평생 응원해온 이 클럽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베리 팬들의 진심에 전 세계 축구팬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경쟁자이기 이전에 축구로 묶인 팬들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베리 팬들의 홈구장 청소 등 여러 활동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에는 전 세계에서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다. 또한 홈구장 긱 레인에는 베리의 앞날을 응원하는 타 클럽 팬들의 스카프로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돼있기도 하다. 

베리 역시 이에 힘입어 영광의 그날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리는 10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한 ‘잘못된 행동(채무 변제 실패)’를 처리하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는 아니지만, 법적인 절차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 하고 있고 긍정적입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베리는 일부에서 흘러나온 말처럼 해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시 축구를 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베리가 빠른 시일 내에 프로 무대로 복귀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채무 변제를 완벽히 해야하며, 그것을 마무리한 뒤 EFL과 복귀를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이 길이 막힌다면 아마추어 레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굳게 닫힌 베리 FC 공식 스토어
굳게 닫힌 베리 FC 공식 스토어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베리의 134년 역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에게는 축구 클럽 그 이상의 의미인 베리를 위해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있다. 긱레인은 다시 함성으로 가득찰 수 있을까. 

특집 ③편은 '살포드 시티, Class of 92'라는 제목으로 펼쳐진다.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베리/긱 레인)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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