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발렌시아)스페인=이형주 특파원]
태극낭자들이 눈물을 쏟았다.
임계숙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세계랭킹 12위)은 27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베테로에서 열린 스페인 여자하키대표팀(세계랭킹 7위)과의 2020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 2차전 경기에서 0-2로 패배했다. 대표팀은 1,2차전 연속 패로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한국 대 스페인의 여자하키 대결을 이보다 압축할 수 있는 문구는 없다. 사실이 그렇다. 인프라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하키협회에 등록된 하키 선수들은 1,500명 남짓. 이마저도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선수들을 제외하면 1,000명 남짓으로 준다. 하지만 스페인을 비롯한 하키 선진국들은 이와 다르다. 도시 하나 정도에도 등록된 선수가 수천여 명에 달한다.
팀 수도 차이가 확연하다. 우리 여자하키는 실업팀 6개에 대학팀 5개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대표팀을 구성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스페인의 경우 도시에도 팀이 여럿이다.
말도 안 되는 인프라 속에서 여자 하키는 그간 위업을 달성해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16 리우네자네이루 올림픽까지 8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했다. 이번에도 최종 관문까지 갔고 스페인과 한 장의 티겟을 두고 다퉜다.
하지만 대표팀의 악전고투에도 올림픽행은 좌절됐다. 세계 랭킹이 낮은 탓에 두 경기를 모두 원정으로 치러야했던 대표팀은 홈 어드밴티지에 시달렸다. 1차전 석연 찮은 판정으로 선제골을 내주는 등 심판 판정도 우리를 외면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은 뛰고 또 뛰었다. 사실상 올림픽행이 좌절된 경기 종료 1분 전에도 선수들은 하키채를 쥐고 죽어라 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내던진 대표팀은 탈락이 확정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대표팀의 김용수 코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줬다고 본다. 우리 하키가 과도기인데, 조금만 더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라고 얘기했다.
여자 하키는 그간 빈약한 지원 속에서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대규모 지원을 말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이 이 태극낭자들의 눈물 이유를 기억해준다면, 우리 하키는 다시 달릴 것이다.
사진(스페인 발렌시아/에스타디오 베테로)=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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