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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PICK] ‘로마와 이별’ 데 로시도, 팬들도, 라니에리도 울먹였다

[특파원PICK] ‘로마와 이별’ 데 로시도, 팬들도, 라니에리도 울먹였다

  • 기자명 이형주 특파원
  • 입력 2019.05.27 18:34
  • 수정 2019.05.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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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다니엘레 데 로시
울먹이는 다니엘레 데 로시

[STN스포츠(카토비체)폴란드=이형주 특파원]

“사랑합니다.”

로마니스타 다니엘레 데 로시(35)는 끝까지 팬들을 생각했다.

지난 19일 AS 로마가 레전드 데 로시와의 이별을 발표했다. 로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데 로시가 떠난다. 다가오는 파르마 FC전은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다"라고 알렸다. 

17일 이탈리아 언론 <칼치오 메르카토>는 “데 로시는 출전 수당만 받는 계약이라도 괜찮았으나, 로마가 제의를 하지 않았다. 상심한 데 로시는 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기 위해 팀을 떠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수뇌부의 일처리로 데 로시가 떠나게 되자 로마 서포터 쿠르바 수드가 분노했다. 데 로시는 빗속에서 시위를 펼치는 팬들이 걱정돼 직접 설득할 정도로 그들을 생각했다.

데 로시는 지난 26일 “사랑합니다. 팬들, 가족들, 로마의 일원들. 그들로 인해 난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몇 번을 산다고 하더라도. 저는 이 시간을. 이 클럽을. 이 도시를 택할 것입니다”라는 에필로그 글을 남겼다. 이별을 받아들이게 된 팬들이 울었다.

마침내 이별의 날인 27일 파르마 FC전이 다가왔다. 후반 37분까지 소화한 그는 젠기르 윈데르(21)와 교체되며 위대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데 로시는 경기 후 “감사합니다”라며 울먹였고 팬들 역시 울먹였다.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리는 서포터들의 모습에 데 로시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데 로시는 눈물 속에 이별을 고했다. 자신과 거의 반평생을 함께한 프란체스코 토티(42), 그리고 로마 팀 동료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위대했던 영웅의 작별 인사였다. 

이날 로마의 감독인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7) 감독 역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쿠르바 수드가 “필요한 순간에 우리를 도와줘 감사합니다”라는 걸개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사실 라니에리 감독은 에우제비오 디 프란체스코(49) 감독의 경질로 혼란스러운 팀을 맡았다. 구단은 계약기간을 올 시즌까지만으로 제한하며 소방수 임무만을 맡겼다. 하지만 라니에리는 이후 온 힘을 다해 팀을 정비했다. 데 로시 사건으로 팀 분위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데 로시가 빗속에서 팬들을 설득할 때 함께 가는 등 팬을 생각하는 행보를 보였다. 서포터들이 감사함을 표했고 노장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로마에는 열정적인 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토티, 데 로시 뒤를 이은 알렉산다르 플로렌치(28)라는 또 한 명의 눈부신 주장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수뇌부의 이런 레전드 대우를 이어간다면 로마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로마를 응원했던 데 로시
어린 시절부터 로마를 응원했던 데 로시

◇데 로시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 (지난 26일 공식 홈페이지)

“Why are you laughing, lad?”
“Because I’m happy!”
“But why are you happy?”
“Because I have a Roma kit!”
“But isn’t it a fake?”
“No! And my aunt stitched on the numbers!”
“So what if I told you, that you will grow up to wear that kit more than 600 times?”
“I’d say that just once would be more than enough for me!”

“왜 웃니, 데 로시야?”
“행복해서요”
“뭐가 행복한데?”
“로마 유니폼이 생겼잖아요”
“가짜 아니야?”
“아니에요. 이모가 번호를 바느질도 해줬어요”
“만약에 말이야 그 옷을 600번 넘게 입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
“한 번만 입어도 행복할 것 같아요!”

Looking back at that photo of me as a boy, a photo that everyone came to know very well, I realise just how lucky I have been – a good fortune that I have never taken for granted, yet one I can never be grateful enough for receiving. It has been a long journey, an eventful and intense one, but always one driven on by the love I have for this club.

이제는 모두 잘 알게 된 나의 어린 시절 사진을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알게 된다. 당연히 받아야 하는 행운이 아니었지만, 내가 받게 돼 감사한 것들. 아주 긴 여행이었고, 다사다난했고 강렬했지만 이 팀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

I do not want to leave all that gratitude unspoken, though. When I write down the words ‘Thank you’ it is not abstract feelings and emotions that come to mind, but the specific faces and voices of all those that I encountered along the way.

나는 감사함을 표현하지 않은 채 팀을 떠나고 싶지는 않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쓸 때 이건 단순히 마음 속에서 나오는 추상적인 느낌이나 감정이 아니다. 내가 이 여정을 밟으며 조우해 왔던 구체적인 얼굴들과 목소리다.

Please, let me say thank you to everyone at Roma that I came to know:

내가 로마에서 알게 된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The Sensi family, and President Pallotta. All the women and men that have worked, and continue to work, at Trigoria.

센시家의 사람들, 제임스 팔로타 회장. 내가 함께 일한 모든 숙녀들과 신사들. 그리고 트리고니아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

The coaches that shaped me; all of them – without exception - taught me something important.

모든 감독들, 그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중요한 것들을 내가 가르쳤습니다.

The medical staff that always took care of me; and Damiano, without whom I would certainly have made fewer appearances for this club.

나를 돌봐준 의료진들. 그리고 다미아노 스테파니니.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의 출전 기록은 더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My teammates, the part of the job I always enjoyed the most – they are my family. That daily routine, those times in the changing room at Trigoria, will be the thing I miss most of all.

내 천직의 일부였던 동료들. 나를 항상 웃게 해줬으며 가족에 가까운 그 동료들. 트리고리아 라커룸에서 보낸 일상적인 시간들. 그 시간들을 난 분명히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Bruno, who saw something special in me and brought me into this club’s fantastic academy. It was there, one morning in August, that I first met Simone and Mancio – we have been friends ever since, and will be for the rest of our lives.

브루노 콘티. 내 안의 어떤 특별한 것을 보고 이 환상적인 클럽의 아카데미팀으로 데려온 인물. 그 곳에서 어느 8월 내 친구 시모네와 만시오를 만났고 그들은 내 남은 인생 동안 평생 함께 할 것입니다.

Thank you Davide, I know you will be alongside me for the rest of my life too.

고마워 다비데 아스토리. 난 너 또한 내 남은 인생에 평생 함께 해줄 것을 알아.

팬들만을 생각한 데 로시
팬들만을 생각한 데 로시

Thank you to Francesco. The captain’s armband I wore was inherited from the arm of a brother, a great captain and the most incredible footballer I have ever seen wear this shirt. Not everyone gets to play alongside their idol for 16 years. Now, with respect, I will pass this armband on to Alessandro. Another brother, one that I know is equally worthy of the honour.

고맙습니다. 프란체스코 토티. 내가 차고 있는 이 주장 완장은 나의 형이자, 위대한 주장이자, 내가 축구 유니폼을 입은 이래 가장 놀라웠던 선수에게서 이어 받았습니다. 아무나 우상과 함께 16년을 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제는 존중을 가지고 이 완장을 팀의 동생 알레산드로 플로렌치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플로렌치는 이 완장의 무게를 알고 있는 이입니다.

Thank you to mum and dad, for instilling in me two values that I have carried with me every single day: to never do to someone else something you would not want them to do to you, and to always offer a hand to those in trouble.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부모님은 내가 매일 실천해온 두 가지 가치를 확립시켜주셨습니다. 남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말 것. 또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것.

Thank you to Ostia; to its people and its coast. You helped raise me as a child, you spurred me on as a teenager, and you welcomed me back as an adult.

고마워 오스티아. 그 곳의 사람들과 해변에 감사합니다. 오스티아는 어린 절 성장시켜줬고, 10대의 저를 채찍질했으며 이제 성인이 돼 돌아간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Thank you also to those who supported me - and suffered with me - within the walls of our home: without Gaia, Olivia, Noah and especially Sarah I would be half the man I am today.

우리 집안에서 저를 지지해주고 또 함께 아파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도 전해야겠군요. 가이아, 올리비아, 노아. 그들이 없었다면 저는 반쪽 짜리 사람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Thank you to every Roma fan, my fans. Today, at least, I’ll allow myself to call you ‘my fans’ – because I was one of you, out there on the pitch, and the love you have always shown me helped me to keep on doing that. You are all the reason why I chose this city, this life, time and time again. Sunday will be the 616th time I make that choice, the right choice.

로마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합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들이 제가 그들을 ‘나의 팬들’이라고 명명하는 것을 허락해줄 겁니다. 경기장 밖에 있을 때면 저도 그들처럼 로마 팬이죠. 팬들은 언제나 절 사랑해줬고 그 사랑은 제가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당신들은 내가 내 인생을, 내 도시 로마를, 내 시간들을 다시 선택하게 할 모든 이유입니다. 리그 최종전이 열리는 일요일은 내가 만들어낸 616번째 선택이 될 것이고 옳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A few years ago, May 26 became a day where we all thought we would never be able to smile again. I thought that too, at least until I saw a tattoo one fan had inked that read, ’27 May 2013, and yet the wind continues to blow’. I don’t know the owner of that particular tattoo, but I do know that the wind will still blow again on this May 27. 

몇 년 전 (코파 이탈리아서 더비 라이벌 SS라치오에 패한) 5월 26일은 ‘우리 모두가 다시는 웃을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 날이었습니다. 저 역시 어떤 팬의 문신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죠. 제가 본 팬의 문신에는 ‘2013년 5월 27일 또 다른 바람이 불 것이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누구의 문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번 5월 27일에도 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을 압니다.

I have never felt your affection like I have done in these last few days, it has truly overwhelmed me and touched me to my core. Never have I seen you all united for a cause like you have been for this. But now, the greatest gift you can possibly give me is to leave that pain and anger to one side, and start again in full support of the only thing we all care about, the one thing that comes before everyone and everything – Roma.

최근만큼 당신들의 애정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이는 저를 압도했고 제 마음 한 가운데 닿았습니다. 이번만큼 어떤 이유로 단결한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제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고통과 분노를 제쳐두고 다시 한 번 응원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돌봐왔으며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소중히 해왔던 로마를 위해서요.

No-one will ever love you more than I do.

누구도, 정말 그 누구도. 나만큼 로마, 로마 팬, 로마 가족을 사랑하지는 않을 겁니다.

See you soon,

(파르마전에서) 곧 만납시다.

Daniele De Rossi

다니엘레 데 로시가.

데 로시가 모든 것을 바친 로마. 그 홈구장 올림피코 스타디움
데 로시가 모든 것을 바친 로마. 그 홈구장 올림피코 스타디움

사진=뉴시스/AP, AS 로마 공식 홈페이지, 이형주 기자(이탈리아 로마/올림피코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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