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박재호 기자]
‘슈퍼스타K’, ‘K팝스타’, ‘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면 새로운 지원자들의 등장에 어김없이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마치 빅스타가 나올 것처럼 반응이 뜨겁지만 아쉽게도 그중 ‘롱런’하는 가수는 극히 드물다. 악동뮤지션, 버스커버스커처럼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는 가수들도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한때 반짝하며 관심을 끌다가 방송 종영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 현실이 고착화되고 있다.
과연 그들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슈퍼스타K 8’(2016)에서 우승했던 김영근은 ‘지리산 소울’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당시 대중들의 극찬을 받았다.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 출신이라는 점도 화제였다. 하지만 우승 뒤 프로그램이 종영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위대한 탄생’ 인기 주역들인 이태권, 양정모 등도 최근 함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으나 음악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뒤늦게 데뷔를 알린 이들도 있다. 지난 2010년 '슈퍼스타K 2'에 나왔던 김은비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어 대중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건강 문제를 이유로 소속사를 탈퇴한 후 소식이 없다가 지난 4월 싱글 앨범 ‘피피피(PPP. Please Please Please)’를 내며 데뷔했다. 프로그램 출연 후 무려 9년만의 이뤄진 감격스런 데뷔였다.
엄청난 화제 속에 큰 인기를 끌었던 ‘K팝스타 2’ 우승자 방예담은 프로그램 종료 6년 만에야 YG의 아이돌 그룹 ‘트레저 13’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그나마 YG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 기획사의 품안에 있었기에 가능한 행보이다.
이처럼 발라드 가수나 아이돌이 아닌 트로트, 뮤지컬 등 다른 장르에 새롭게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위대한 탄생1’의 노지훈과 ‘프로듀스101’ 출신 박하이는 트로트 가수로 장르를 바꿨다. ‘슈퍼스타K’ 출신 박세미, 박광선, 이해나와 ‘K팝 스타’의 백아연, ‘위대한 탄생’의 손진영, 박민 등은 뮤지컬 배우로 전향했다.
이들이 다른 길로 전향하는 이유가 팝과 아이돌 위주로 편성된 한국 가요 시장의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대학 교수는 “가요 시장은 더 어리고 발랄한 인재를 원하는데 오디션 출연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아 기존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트로트 가수나 뮤지컬 배우로 진로를 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수 지망생들에겐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문’과 같은 존재다. 이들이 데뷔할 수 있는 길은 기획사에 들어가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방법 외에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 가요 관계자는 “영미권처럼 장외에서 인지도를 쌓아 가요계까지 올라오는 시스템이 국내에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중에 소위 ‘잘 나가는’ 축에 속했던 이하이마저 데뷔 7년차가 됐지만 그 동안 정식 앨범 2장 발매 외에는 뚜렷한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이를 원망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소속사 YG는 최근 “이하이의 새 앨범이 곧 발매된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올해는 활발하게 활동할 것”을 약속했지만 팬들의 묵은 갈증을 제대로 풀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진=슈퍼스타K/ K팝스타/ 트레저13, 박은비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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