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박재호 기자]
개그콘서트가 1999년 방송을 시작해 무려 20년이 지나 1000회를 맞이했다. 사실 20년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개콘’의 영광은 과거일 뿐이다. 전보다 훨씬 수그러진 지금의 인기와 화제성 때문인지 사실 이날 간담회도 ‘축하’를 나누는 자리보단 앞으로의 ‘다짐’을 위하는 분위기였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는 '개그콘서트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원종재·박형근 PD를 비롯해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이 참석했다.
이날 원종재 PD는 개그콘서트가 1000회를 맞이한 것에 대해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김미화는 “개콘이 20년이 지난만큼 많은 분들이 식상하게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과 같지 않은 개콘의 현실을 인정했다. 이어 “신인들이 노력하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고 공연을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원종재 PD는 “과거에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서 지금의 ‘개콘’이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라며 “지금까지 개콘을 이끌어온 건 전적으로 코미디언들의 힘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전유성은 검증되지 않은 무대에 대한 안일함이 식상함을 불러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는 대학로에서 검증을 끝난 공연을 ‘개콘’에서 했다”면서 “하지만 점점 검증 없이 방송을 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나태해지고 식상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초심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유성은 “프로그램이 점점 없어지는 게 물론 안타깝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여기면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냉정하게 현실을 짚기도 했다.
신봉선은 요즘 개그 무대에 신선함이 부족한 이유를 제한된 분위기를 꼽았다. 신봉성은 “사실 ‘요즘에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돌아와 보니 제가 있었을 때보다 제약이 정말 많았다”라며 “불과 10년 전인데 그때 재밌었던 무대를 지금은 못 올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종재 PD 역시 이러한 풍조에 동의했다. 그는 “과거 공개코미디에서 자주 사용되던 ‘가학성, 외모 비하’ 등의 소재를 최근 ‘개콘’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개그맨을 뽑을 때조차도 못생긴 개그맨을 뽑을 수가 없다.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콘’이 오래되면서 사회적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런데 예전에 사용했던 소재를 지금은 사용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개콘’ 1000회 특집에서는 김병만, 이수근, 박준형, 정종철 등 선배들과 후배 개그맨들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를 꾸민다. 제작진은 특급 게스트 초청과 다양한 무대를 준비 중이라고 예고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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