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예이다)스페인=이형주 특파원]
백승호(22)는 이중고에도 꿋꿋하다.
백승호는 한국 축구의 미래 중 한 명이다. 지난 A매치 때 이미 국가대표팀에도 소집된 적이 있다. 소속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만리타국에서 많은 악재들을 이겨내며 싸우고 있는 한국의 유럽파 중 한 명이다.
백승호는 올 시즌 지로나 FC의 1군과 2군을 오가며 플레이하고 있다. 지로나 1군의 경우 프리메라리가(1부 리그) 팀이다. 지로나 2군인 CF 페랄라다 지로나 B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 B 그룹 3(3부 리그)에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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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과 백승호 측이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합의한 일이겠지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1군과 2군에서 백승호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예이다 데포르티우전 이후 백승호는 미드필더 역할에 대한 질문에 답하다 1군과 2군 때 역할 차이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백승호는 아주 담담하게 “1군과 2군에서 각기 요구받는 역할이 다른 것 같습니다. 1군 감독님(에우제비오 사크리스탄)은 제가 윙 플레이를 원하시고, 2군 감독님(나르시스 펠라치)은 피보테(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원하세요”라고 이야기했다.
백승호가 담담히 이야기했지만 이는 선수에게 있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기마다 다른 포지션으로 준비를 하고, 이를 통해 경기장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선수들은 많은 포지션을 병행하다 색깔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백승호의 경우는 달랐다. 양 포지션에서 완벽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2군 예이다전에서 백승호는 3-4-3 포메이션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일자로 선 미드필더 구성이었지만 파트너 지오르기가 전방으로 올라가고, 백승호가 후방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것이다.
백승호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완전히 자신의 색깔인 양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커팅, 패스 전개, 공수 전환, 위치 선정 나무랄 것이 없었다. 그는 상대팀 예이다 관계자로부터도 “제일 돋보인다”라며 칭찬을 듣기도 했다.
윙 역할도 무리 없이 적응하고 있다. 같은 날 만난 지로나 관계자는 “훈련에서 윙 플레이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재능이 특별한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유럽파들은 현지 적응, 인종차별, 포지션 경쟁 등 경기 외적으로 싸워야 할 것이 많다. 백승호의 경우 멀티 포지션 요구라는 경기 내적인 고충까지 안은 상황이다. 하지만 백승호는 꿋꿋하고, 완벽하게 그 이중고를 헤쳐나가고 있다.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이형주 기자(스페인 예이다/캄프 데 스포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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