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보미 기자]
‘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이 맹렬히 싸웠다. 그래도 “함께해서 행복하다”며 웃는다.
1996년생 쌍둥이 이재영, 이다영이 나란히 V-리그를 누비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라이벌’이다. 코트 위에서 양보는 없다. 지난 15일 열린 양 팀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는 더욱 그랬다.
현대건설은 11연패를 끊고 2연승에 도전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다영도 자신감이 올랐다. 토스에 힘이 붙었다. 숨겨진 공격력도 드러냈다. 흔한 세터들의 페인트 공격이 아닌 강한 스파이크로 득점을 올렸다. 이다영은 블로킹 2개, 공격 4개를 성공시키며 6점을 기록했다.
상대 허를 찌르는 ‘동생’ 이다영의 공격과 블로킹에 ‘언니’ 이재영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이재영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재영은 4세트 초반 이다영 앞에서 맹공을 퍼부었다. 연속 득점을 올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그제서야 이재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재영은 “다영이한테 두 번이나 걸렸다. 잘 해서 열 받았다. 그래도 4세트에는 다영이가 약 올랐을 것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다영은 선명여고 시절에도 공격을 했었다. 이재영은 “솔직히 다영이가 나보다 더 공격을 잘 했다. 내가 위태위태했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코트 위 쌍둥이 자매의 위태위태한 분위기는 동료들, 박미희 감독도 감지했다. 이재영은 “(조)송화 언니가 싸우지 말라고 했다. 감독님도 내가 화난 것 같이 보였나보다. 4세트에 다영이 신경쓰지 말고 하라고 말하셨다”고 전했다.
신인 센터 이주아도 “살벌했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박 감독은 “다영이랑 하면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경쟁이 붙는다”고 했다.
박 감독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이재영을 지명했다. 이다영은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이재영은 신인 때부터 코트를 밟고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5시즌째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다영은 이도희 감독 부임 후인 지난 시즌부터 ‘주전’이라는 이름으로 경기에 나섰다.
두 선수가 나란히 주전 멤버로 V-리그 코트를 마주보고 선 것은 정확히 두 시즌째다.
이재영은 “그래도 다영이랑 하는 것이 행복하다. 작년에도, 올해도 좋다. 그냥 같이 코트에서 마주보고 서 있는 자체가 행복하다”며 진심을 드러냈다.
코트 밖에서는 누구보다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는 이재영과 이다영이다.
사진=KOVO
bomi8335@stn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