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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의 ‘돌발’ 폭로전, 오히려 문우람에게 독됐다

이태양의 ‘돌발’ 폭로전, 오히려 문우람에게 독됐다

  • 기자명 윤승재 기자
  • 입력 2018.12.13 05:50
  • 수정 2018.12.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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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연 이태양과 문우람. 문우람이 호소문 낭독 중 울먹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연 이태양과 문우람. 문우람이 호소문 낭독 중 울먹이고 있다. ⓒ뉴시스

[STN스포츠=윤승재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태양과 문우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 뒤에 걸린 현수막에는 ‘문우람 선수 관련 이태양 양심선언 및 문우람 국민호소문 발표’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이름대로 이날 기자회견은 문우람의 억울함을 푸는 자리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폭로전에 여론은 다르게 흘러갔고, 기자회견의 본질 역시 흐려졌다. 

2016년 문우람은 당시 NC다이노스 소속이었던 투수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에서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문우람은 지난해 4월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 및 175만원 추징 판결을 받았고, 올해 6월 항소 기각이후 대법원도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료시킨 데 이어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다. 문우람은 프로야구 역사상 승부조작을 제안한 ‘최초의 선수’라는 오명을 받으며 세간의 비난 속에 살아야했다. 

하지만 문우람은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검찰이 승부조작 대가의 증거라고 제시한 시계는 브로커 조 씨가 승부조작이 아닌 단순 호의로 준 물건이라 주장했고, 승부조작을 실행에 옮긴 이태양까지 “문우람은 죄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문우람은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무죄를 밝혀줄 이태양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중인 이태양과 문우람 ⓒ뉴시스
기자회견 중인 이태양과 문우람 ⓒ뉴시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태양은 “검찰 조사 때 검사가 문우람의 통장에서 대가성 금액이 인출됐다며 허위사실을 얘기했다. 이에 나도 우람이도 승부조작 사실을 아는 줄 알고 그렇게 진술했는데, 나중에 우람이와 얘기해보니 아니더라. 그래서 진술을 번복하려했으나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라며 “내 잘못으로 우람이가 누명을 쓴 것에 대해 속상하다. 억울한 문우람의 재심을 간곡히 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태양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억울함도 함께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태양이 호소문 낭독 도중 승부조작 의심이 되는 선수들의 실명을 폭로해 버린 것. 이태양은 "브로커 조 씨가 언급하고 베팅방 업체 최 씨가 검찰 조사 때 진술했던 선수들은 왜 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면서 그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호소문 전문에는 ‘정OO, 이OO’ 등 익명으로 작성돼 있었으나, 이태양이 이를 실명으로 밝히면서 문제가 커졌다. 

뒤이어 문우람이 호소문을 밝혔지만, 관심과 분위기는 문우람의 무죄 호소보다 이태양의 폭로전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폭탄이 떨어진 선수와 구단, KBO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발 빠르게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하나둘씩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강한 부인과 함께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문우람 무죄를 밝히는 양심선언’이라는 기자회견은 다른 논란만 더 낳은 채 끝을 맺었다. 

넥센히어로즈 당시 문우람 ⓒ뉴시스
넥센히어로즈 당시 문우람 ⓒ뉴시스

문우람 아버지 문 씨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 씨는 STN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자 기자회견을 연 건 아니었다. 뭣하러 이제 와서 그럴 필요가 있나. 단지 아들(문우람)의 억울함을 풀려고 연 기자회견인데 이렇게 흘러가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 씨의 말에 따르면 이태양의 실명 언급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었다. 문 씨는 “이태양이 그렇게 얘기할 줄은 전혀 몰랐다. 실명을 언급했을 때 깜짝 놀랐다. 우람이도 옆에서 ‘왜 이름을 얘기하지’라면서 놀랐다더라. 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한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답답할 따름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문우람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사실을 폭로했다. 구단에서 있었던 폭행 피해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뒤늦게 밝혔다. 문우람은 “당시 이유도 모른채 선배 선수에게 야구 배트로 일곱 차례나 맞았다. 뇌진탕 증세에 경기를 못하고 집에 있을 때 브로커 조 씨가 기분을 풀어준다며 시계 등을 사줬는데, 이것이 승부조작의 댓가가 됐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버지 문 씨는 “승부조작은 물론 그 자리에서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었다. 우람이가 폭행 사실을 밝힌 것도 브로커 조 씨가 준 시계가 승부조작 대가성 물품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말한 것이다. 폭행사실을 추궁하기 위해 밝힌 거라면 왜 익명으로 냈겠나”라고 전했다.  

이어 문 씨는 아들의 무죄를 다시 한 번 호소했다. 문 씨는 “시계는 결코 댓가성 선물이 아니다. 조 씨 아내와 통화한 기록에도 나와 있다. 조 씨가 우람이에게 평소에 시계를 사주고 싶어 했다고. 우람이가 폭행을 당하고 그렇게 힘들 때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사주다보니까 얼마나 따르겠나. 또 조 씨가 에이전트를 하려고 한다니까 우람이고 선수 몇 명이랑 그 사람 에이전트 소속사로 가려고 준비했고, 이에 아무 부담 없이 따라 다닌 건데 그 선물이 증거가 돼버리니까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문 씨는 “우람이가 하는 말이 ‘죄가 있으면 죗값도 달게 받겠다고. 그런데 한 것도 아닌 거 가지고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하더라. 이제는 야구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거의 포기했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야 하고 오명은 벗어야 하지 않겠나. 기자회견까지 열었는데 다른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뉴시스

unigun89@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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