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국가대표들의 깊은 울림 “우리들에게 태극마크란”
장애인 국가대표들의 깊은 울림 “우리들에게 태극마크란”
  • 윤승재 기자
  • 승인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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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임우근 ⓒ뉴시스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임우근 ⓒ뉴시스

[STN스포츠=윤승재 기자]

지난 14일,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폐막식과 함께 막을 내리며 장애인 선수들의 축제는 끝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금 53개, 은 45개, 동 47개 총 145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메달 색은 중요하지 않았다. 장애를 이겨내 사회로 나오고, 또 한계를 이겨낸 자신의 모습을 대회를 통해 검증하고 알린 것만으로 그들의 노력은 실로 값진 것들이었다. 

힘든 나날을 이겨낸 만큼, 그들에게 태극마크의 의미는 남달랐다. 성적과 과정을 떠나 그들에게 태극마크는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 수영 국가대표 임우근 “국가대표라면 불가능에도 도전해야 한다”

임우근(31·대전장애인체육회)에게는 아쉬움이 가득했던 대회였다. 출전 예정이었던 평영 100m SB5 등급 종목이 SB6 등급과 통합되면서 임우근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한 것. 결국 임우근은 이번 대회 노메달에 그쳤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렸던 임우근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대회였다.

하지만 임우근은 의젓했다. “등급에 발목이 잡힐 줄은 생각도 못했다”라며 아쉬워하면서도, 오히려 “국가대표라 하면 불가능에도 도전을 해야 한다”라며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힘들고 질 것 같은 경기에도 경기에 나가는 게 국가대표 선수다”라고 말한 임우근은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국가대표 선수를 보면서 환호하고 흐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국가대표 10년 차 베테랑인 임우근은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태극마크일 가능성이 높다. 2020 도쿄 패럴림픽까지 선수 생활이 다소 불투명한 상황. 임우근은 우리나라 장애인 수영의 역사를 개척한 장본인으로, 조기성(23·부산시장애인체육회) 등 많은 후배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임우근은 사상 최초 남북 단일팀의 일원으로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대회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대회였다고 설명했다. 임우근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방향을 잃었을 때, 등대처럼 항상 그 자리에 듬직하게 서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애인 볼링 국가대표 배진형 ⓒSTN스포츠
장애인 볼링 국가대표 배진형 ⓒSTN스포츠

◆ 볼링 국가대표 배진형 “태극마크는 국민들이 주신 선물”

이미 2014년 인천 대회에서 3관왕(개인‧2인조‧3인조)을 달성한 배진형(44‧대구장애인체육회)이었지만 그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배진형은 인천 대회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순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태극마크의 의미에 대해 “우리(장애인)들에겐 행운이고, 국민들이 주신 선물입니다”라고 설명한 배진형은 “이런 선물을 제가 받았는데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야죠”라며 다짐했다. 

인천 대회 3관왕 영웅이었지만, 이후 배진형에게는 시련의 나날이 이어졌다. 실업 선수가 아니었기에 가장 큰 스폰서였던 아내가 퇴직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에 마주했고, 2017년에는 발가락 골절상으로 고생하며 어려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배진형은 수많은 시련을 딛고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다는 기쁨을 맛봤다. 배진형은 “여러 상황 때문에 운동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이상,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즐기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진형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메달을 획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2인조 경기에서 인천 대회서 함께 금메달을 일궈낸 김정훈(43·경기장애인체육회)과 다시 한번 짝을 이룬 배진형은 금메달을 목에 걸며 2연패 목표를 달성했다. 자신,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배진형이었다. 

론볼 국가대표 소완기 ⓒSTN스포츠
론볼 국가대표 소완기 ⓒSTN스포츠

◆ '최고령' 론볼 국가대표 소완기, "국가대표는 최선을 다하라고 주어진 책임" 

론볼 국가대표 소완기(65·전남장애인체육회)는 이번 대회 선수단 중 최고령 선수였다. 하지만 늦깎이 국가대표였기에 이번 대회가 그의 첫 아시안게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늦은 나이에 얻은 태극마크였다. 배드민턴 등 다른 종목에 몸담고 있다가 뒤늦게 론볼의 매력에 빠져 국가대표까지 올랐다. 그렇기에 소완기에게 국가대표의 의미는 남달랐다.

소완기는 태극마크에 대해 “최선을 다하라고 주어진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태극마크의 의미와 막중한 책임감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응원을 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도,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되뇌이며 대회에 임했다.

결국 소완기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지난 10일 열린 B8 남자 단식에서 홍콩(17-8), 인도네시아(21-7), 일본(21-8)을 차례로 꺾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가대표의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결과까지 얻어낸 소완기였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윤승재 기자

unigun89@stn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