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르포] 씨름 부활의 불씨, 비도 꺼트릴 수 없었다
[ST&르포] 씨름 부활의 불씨, 비도 꺼트릴 수 없었다
  • 이형주 기자
  • 승인 2018.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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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회의를 하는 내리초등학교 선수단
작전회의를 하는 내리초등학교 선수단

[STN스포츠(부산)=이형주 기자]

비도 씨름 부활의 불씨를 꺼트릴 수는 없었다

씨름은 두 사람이 샅바나 띠 또는 바지의 허리춤을 잡고 힘과 기술을 겨루어 상대를 먼저 땅에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민속놀이이자 운동경기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기예의 하나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민속놀이이자 운동 경기라는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씨름은 스포츠로 자리잡는 것에도 성공했던 종목이다. 해방 이후에도 꾸준히 사랑받았던 씨름은 국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우리 곁에 늘 자리했다.

씨름이 전성기를 맞은 것은 1980년대의 일이다. 불세출의 스타 이만기(55)가 등장하면서 씨름은 국민 스포츠의 지위를 누렸다. 신예 강호동(48)이 등장하면서 이만기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자 씨름의 인기는 극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씨름은 프로야구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씨름은 빠르게 몰락했다. 1990년대 이후로 계속해서 씨름의 인기가 하락했다. 외환 위기로 경제적인 상황 역시 풀리지 않았다. 대결이 이전의 기술 씨름이 아닌 체급 씨름화 된 것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당시 한국씨름연맹 등 관련 협회의 아쉬움 행정능력이다. 당시 프로 씨름을 관라한 한국씨름연맹은 씨름 부활을 위해 노력하는 이만기를 제명하는 등 여러 실책을 저질렀다. 이는 씨름 인기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씨름협회는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된 상태다. 실책이 있었던 한국씨름연맹은 대한씨름협회 산하 조직으로 개편됐다. 현재 씨름을 대표하고 있는 대한씨름협회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서 씨름의 인기를 부활시키기 위해 유의미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가 헌신을 하면서 그간 씨름협회에 대한 아쉬움도 만족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렇듯 협회의 행보는 씨름의 인기와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씨름 역사의 분기점이 될 중요한 이 시기 부산광역시씨름협회(이하 협회)가 씨름 인기 부활에 대한 실마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씨름왕선발대회 풍경
부산씨름왕선발대회 풍경

협회는 지난 14일 2018 부산씨름왕선발대회 및 제2회 부산꿈나무씨름왕선발대회를 열었다.

대회가 개최되는 장소의 선정이 남달랐다. 기존 씨름대회를 생각하면 각종 체육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체육관은 많은 스포츠행사가 개최돼 주최 측은 용이하게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하지만 약점 역시 분명하다. 체육관은 폐쇠된 장소다. 사전에 홍보가 잘 되고 인기 종목이라면 관중 동원은 모르겠으나 그 반대라면 관중 동원이 어렵다.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기 쉽다.

이에 부산광역시씨름협회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대회를 부산 관광지 중 하나인 광안리해수욕장의 한 가운데서 개최한 것. 협회는 특설경기장을 열고 그 곳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신선한 시도가 됐다. 이날 광안리를 거닐다 가족들과 경기를 본 가장 최수훈(48) 씨는 “색다르다. 거리를 거닐다 보게 됐다”고 말했다. 송한영(27) 군과 조유희(25) 커플 역시 “바다 한 가운데서 씨름 대회를 하니 신기하다”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었다. 젊은 층의 시선을 잡기 위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 스포츠 전문방송 STN 등과 손을 잡고 중계를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대회는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있게 됐고, 보다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 변수가 하나 생겼다. 바로 비.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가랑비가 오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1시간 반전에는 빗줄기가 보다 굵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협회는 빠르게 대처했다. 모래를 보호하고, 천막을 설치해 참가자들과 관중들이 비를 맞지 않게 했다. 협회의 노력 덕이었을까. 비는 개회식을 끝으로 그쳤고 대회 진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부산광역시씨름협회 최현돌 회장
부산광역시씨름협회 최현돌 회장

협회의 최현돌(69) 회장은 개회식을 하면서도 미안함을 전했다. 최 회장은 “비가 온 뒤 대회를 치르게 해 미안하다. 혼란스러울테지만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쳐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도 대회 개최 뿐만 아니라 씨름 부흥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뜻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씨름이 격세지감으로 비인기스포츠가 됐다. 하지만 씨름 부활을 위해 노력해 다시 씨름의 이름을 드높이겠다”라고 말했다.

대회는 치열했다. 각 성별, 각 체급, 각 나이대에 출전한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경기에 임했다. 들배지기, 호미 걸이, 뒤집기, 되치기 등 단순히 체급 씨름이 아니라 화려한 기술 씨름이 펼쳐졌다. 경기를 보는 관중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대회는 사고 없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개인전 우승자들이 탄생했다. 단체전 우승의 경우 부산씨름왕선발대회는 해운대구에 돌아갔다. 꿈나무씨름왕선발대회에서는 초등부 내리초등학교, 중등부 운송중학교가 정상에 올랐다.

물론 대회는 씨름 부활을 위한 한 번의 몸부림일 뿐이다. 이번 대회 같이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씨름의 인기는 내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반대로 이번 대회처럼 움직이면 바뀔 수 있다. 비 내린 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씨름을 보는 가족 단위 관중들의 웃음처럼. 굳었던 씨름 인기가 다시 환하게 열릴 수 있다.

씨름은 아직 예전의 관심을 못받고 있으나 대중들의 외면을 받지는 않았다. 여전히 한국인들은 놀이의 하나로서 씨름을 즐기고 있다, 아이돌씨름대회나 예능씨름대회가 열리면 많은 이들이 TV로 모인다. 설날, 추석 때 열리는 씨름 대회에 대한 관심 역시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씨름계의 진지한 성찰과 변화, 그리고 추진력이 있다면 씨름의 인기는 회복될 수 있다. 최절정기만큼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해도, 인기 스포츠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비 내린 뒤 광안리, 씨름대회에 모인 열정이 그 증거였다.

대회 종료 후 단체 사진을 찍은 씨름 꿈나무들
대회 종료 후 단체 사진을 찍은 씨름 꿈나무들

사진=부산광역시씨름협회

total87910@stn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