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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SC 야구월드컵] OR 1승4패, 女야구는 왜 계속 지는 걸까

[WBSC 야구월드컵] OR 1승4패, 女야구는 왜 계속 지는 걸까

  • 기자명 김유정 객원기자
  • 입력 2018.08.28 04:18
  • 수정 2018.08.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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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스포츠(미국)플로리다 비에라=김유정 객원기자]

경기가 끝나고 미팅을 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경기가 끝나고 미팅을 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도대체 여자야구는 왜 계속 지는 거야?"

한국에서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안부도 묻는 둥 마는 둥 쏘아붙이듯 질문이 쏟아진다. 1승 뒤 4패.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오프닝 라운드(조별예선전)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마도 현장에 있는 내게 이유를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게 실력이니까. "그러게 말이야." 멋쩍은 웃음 끝에 답했다.

그러게 말이다. 대체 뭐가 부족했던 것일까.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월 국가대표 선발 트라이아웃을 시작으로 5개월 동안 이번 대회를 위해 주말까지 반납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대회 결과는 1승4패로 A조 5위를 기록하며 목표였던 슈퍼라운드(오프닝 라운드 한 그룹의 6개 팀 중 상위 3개 팀 진출)진출에 실패했다.

돌이켜 보면 쉽지 않은 상대들이었다. 한국 대표팀(세계랭킹 7위)의 첫 승의 재물이었던 네덜란드(세계랭킹 8위)를 제외하고 베네수엘라(세계랭킹 5위)와 미국(세계랭킹 3위), 대만(세계랭킹 6위) 등은 전력상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팀들이었다. 푸에르토리코는 역대 단 한 번도 맞붙어 본 적이 없는 상대로 전력 분석 조차 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대표팀. 사진=WBSC 제공
베네수엘라 대표팀. 사진=WBSC 제공

◇ ‘수비의 나라’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직전 대회인 2016년 기장에서 열린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낸 팀이다. 이후 베네수엘라에 여자야구의 붐이 일어났고, 새로운 리그까지 탄생했다. 베네수엘라야구연맹(FEVEBE) 아라셀리스 레온 회장은 "베네수엘라는 세계최고 기량의 여자야구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대회 참가한 베네수엘라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팀“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전에서 4-10으로 패했다. 안타 수에서는 10개(베네수엘라)와 8개(한국)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한국과 달리 베네수엘라 타자들은 찬스를 살리는 집중력이 뛰어났다. 특히 연계 플레이나 송구, 타구처리 등 수비에서 안정감이 돋보이는 팀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잘 치고도 번번이 베네수엘라의 수비의 벽에 가로 막혀 고개를 숙여야했다.

미국 대표팀이 네덜란드전 승리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WBSC 제공
미국 대표팀이 네덜란드전 승리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WBSC 제공

◇ ‘개최국 자존심 살릴 최정예 멤버’ 미국

미국의 여자야구는 남자야구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남자 야구선수들이 전쟁에 참전하자 그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자가 야구를 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으로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우승을 위한 최정예 팀을 꾸렸다. 대회 5회 연속 챔피언인 일본을 꺾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 전력이다. 대회 초반 푸에르토리코(14-0)와 네덜란드(18-0)를 상대로 5회 콜드승을 거두면서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

한국은 24일(현지시간) 미국전을 염두에 두고 선발 조명희를 준비시켰다. 변칙 투구를 하는 조명희의 투구스타일을 적극 활용해 미국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겠다는 계산이었다.

계산은 빗나갔다. 조명희는 이날 1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5실점하고 무너졌다. 팀은 1-11로 5회 콜드패. 이번 대회 첫 콜드 패배였다. 포수 이빛나는 “분명 우리나라 투수들 공이 나쁘지 않았다. 제구도 좋았는데, 어느 코스든 힘으로 치니까 당해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만 대표팀이 미국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WBSC 제공
대만 대표팀이 미국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WBSC 제공

◇ ‘미국에 유일한 패배 안긴’ 대만

대만은 여자선수들이 어려서부터 야구와 소프트볼을 한다. 엘리트 체육은 아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온 선수들이 많아 기술과 체력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실업팀은 없지만, 실업팀 수준의 클럽야구를 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대만은 이번 대회에서 오프닝라운드 전승을 이어가던 미국을 4-3으로 꺾었다. 선발 황 자오 윤이 앞선 4경기에서 45득점을 기록한 미국의 강타선을 맞아 7이닝 동안 5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3실점(2자책)으로 완투승을 기록했다. 대만 야구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 슈퍼라운드 진출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25일(현지시간) 대만을 상대했다. 결과는 0-13으로 5회 콜드 패. 대만 마운드 공략에 실패했고, 기록되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무너졌다. 경기 후 김라경이 눈물을 쏟을 만큼 한국 대표팀에게는 슈퍼라운드 탈락을 확정 짓는 통한의 패배였다.

푸에르토리코 타자가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WBSC 제공
푸에르토리코 타자가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WBSC 제공

◇ ‘낯설지만, 강했던’ 푸에르토리코
앞선 3개의 팀과 달리 푸에르토리코는 한국에 낯선 상대였다. 전적이 없었기에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이번 대회에서 2승1패로 슈퍼라운드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던 푸에르토리코는 26일(현지시간) 열린 한국전에 배수진을 쳤다. 팀 에이스인 라미레즈 닐라 루시아를 선발 등판시켜 한국을 잡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라미레즈의 공략에 실패했다. 스코어 4-10 패배. 라미레즈는 평균 구속이 110km대에 달할 정도로 강한 공을 뿌렸고, 공 끝도 좋아 한국 타자들이 힘에 밀렸다. 경기 후 염희라가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 (힘에 밀려서)손목이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국 대표팀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에이스 김라경의 최고구속이 110km인 것을 감안하면 기량차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상대가 강했다고 해서 정당화되는 패배는 없다. 오프닝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한국 대표팀의 아쉬운 모습들이 눈에 보였다.

오프닝 라운드 5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의 실책은 14개로 기록되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그 이상이다. 강팀을 상대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 뜬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외야에서는 잘못된 타구판단과 중계플레이 미숙으로 주지 말아야 할 점수를 내주기도 했다.

공격 면에서는 득점권에서의 침묵과 집중타 부재로 12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실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타석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 대회 내내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 교민들이 경기장을 찾아왔다. 수박을 한 입 크기로 잘라 지퍼백에 챙겨온 사람부터 직접 담근 김치를 건네주는 이까지, 이들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을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에 많은 이들이 응원과 사랑을 보내고 있는 만큼 태극마크의 무게와 책임감을 느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더 중요한 순위 결정전이 남아있다. 한국은 순위 결정전에서 단 1경기라도 패하면 세계랭킹 7위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상대는 홍콩과 호주, 쿠바로 결코 만만치 않다. 동봉철 여자야구대표팀 감독은 “슈퍼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순위 결정전을 잘 치러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WBSC제공

kyj76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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