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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철 女야구 감독 "女야구 관심, 응원 필요한 때"(인터뷰)

동봉철 女야구 감독 "女야구 관심, 응원 필요한 때"(인터뷰)

  • 기자명 김유정 객원기자
  • 입력 2018.08.14 10:27
  • 수정 2018.08.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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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스포츠=김유정 객원기자]

동봉철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동봉철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여자야구를 접한 후 야구의 또 다른 세계를 봤다.”

동봉철 여자야구 국가대표 감독(48)의 말이다. 신일고와 중앙대를 거쳐 1992년 삼성에 입단해 해태와 LG, 한화, 쌍방울을 거치며 8시즌 동안 프로무대에서 활약했던 그가 말하는 야구의 또 다른 세계란 무엇일까.

동봉철 감독은 “여자야구는 내가 했던 기존의 야구의 틀에서 벗어난 부분이 존재한다.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폭넓은 세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야구는 실력이 다가 아니라 얼마나 열정을 갖고 쏟아 부을 수 있느냐에 따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여자야구 선수들의 열정과 야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감독 2년차인 그는 오는 22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2018 여자야구월드컵’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 감독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지난 5월부터 주말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여자야구월드컵은 여자야구대회로는 최대 규모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 지역예선(아시안컵)에서 일본, 대만에 이어 3위를 차지해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미국, 베네수엘라, 대만,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와 같은 조에 속해 오프닝 라운드를 치른다.

이번 대회 목표는 각 조의 상위 3개 팀만이 진출 가능한 슈퍼라운드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같은 조에 속해 있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대만 등의 여자야구 대표팀 실력이 한국과 비교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동봉철 감독은 “지금 여자야구는 성장기다.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박수쳐 주길 바란다”면서 “우리 모두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안고 대회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동봉철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계기가 궁금하다.

"10년 전쯤 여자야구 관련 행사에 현역 시절 함께 야구를 했던 선배들과 참석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는 그냥 ‘여자도 야구를 하는 구나’ 정도의 인식만 갖고 있었다. 그 후에 잊고 살다가 지난 2016년에 KBO 육성위원을 맡으면서 유소년 대회에 지원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 여자야구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 모습을 봤다. 어떤 수준을 논하기보다 다들 즐기면서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작년에 연맹에서 연락이 와서 감독을 맡아달라고 했다.”

-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제의를 받고나서 ‘며칠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여자야구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그때 상황에서는 남자야구 지도자 생활도 안하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주위 시선이 의식이 됐다. ‘내가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강했다. 또,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이 재능기부 형식이기 때문에 처자식이 있는 나로서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이 많아지던 찰나, 아내가 적극 밀어줬다. 흔치 않은 기회고, 또 여기서 내가 배울 것도 있지 않겠냐고 말이다. 아내 말고도 주위 분들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더라. 결국 2017년에 상비군이 꾸려진 시점에서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다.”

- 여자야구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락한 후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일이었다. 헌신과 열정 없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적합한 코치들을 찾는데 힘을 썼다. 이웅한 투수코치와 임동필 야구코치, 임동준 외야코치가 지난해 합류해 올해 월드컵까지 함께 준비하고 있다. 김동우 트레이너 코치는 올해 들어왔지만, 다행히 호흡이 잘 맞는다. 코칭스태프에게 늘 부탁하는 것은 한 가지다. 아무리 우리가 엘리트 야구를 했다고 해도 절대 여자 선수들을 밑으로 보거나 실력적으로 부족함을 탓하지 말자는 것이다. 코칭스태프들이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진심을 다해서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 선수들의 열정이 강하니 덩달아 코치들도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하고, 그런 코치들이 고마워서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한다. 이런 게 진정한 팀이 아닌가 싶다."

동봉철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 전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동봉철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 전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 지난해 LG컵 국제 여자야구대회와 아시안컵을 통해 여자야구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어땠나.

“우리나라 여자야구의 현실에 대해 이해를 하는 시간이 됐다. LG컵에서 국가대표 선수 한 명이 부상을 당해 아시안컵에서 빠지게 됐다. 선수 한 명을 충원해야하는 상황에서 대체자 후보였던 두 명의 선수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눴다. 한 선수는 대회 일정상 회사를 빠져야하기 때문에 못 간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는 대회를 나가게 되면 그 만큼 일을 하지 못해 생계가 힘들다고 말했다. ‘아, 이게 여자야구의 현실이구나’싶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 여자야구는 프로도 실업팀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 야구를 한다.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화장품이나 예쁜 옷을 사며 자신을 가꾸기보다 돈을 벌어서 야구 용품을 사고 레슨을 받더라. 뭔가 마음이 뭉클했다.”

- ‘마음이 뭉클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지난해 2개 대회를 치르면서 울컥했다. ‘이 친구들은 도대체 야구를 왜 이렇게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남자야구에 비해 관심을 받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들의 무엇이 야구를 자기 인생의 중심으로 놓았을까’궁금해지더라. 그러면서 내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초중고 시절부터 프로까지 꽤 오래시간 야구를 했지만, 내가 이 선수들만큼 야구에 진짜 열정을 쏟고, 애정을 줬었나. 그냥 매일하는 야구라고 생각해서 감정 없이 생각 없이 좀비처럼 살지 않았나라고 반성을 하게 됐다.”

-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여자야구월드컵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 대표팀의 전력 구성이 궁금하다.

“지난 3월에 열렸던 이번 월드컵 상비군 테스트에 97명이 왔다. 가장 좋은 전력을 꾸리기 위해 직접 선수들을 눈으로 보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만약 지금 못해도 내년에 잘 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먼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선수들이 있을 수 있어서 리스트업을 해두고 싶었다. 테스트를 통해 60명의 선수를 1차적으로 추렸고 이후 연습경기를 진행하면서 실력과 팀 융화력을 고려해 최종 20인을 선발했다. 겸업을 고려해 투수 8명, 포수 3명, 내야수 6명, 외야수 3명으로 구성했다."

-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야구를 하고 있는데, 대표팀 훈련은 어떻게 진행을 하고 있나.

“대표팀이 꾸려진 지난 5월부터 주말마다 합숙훈련을 했다. 선수들 중 일부는 실력을 높이기 위해 사비를 털어 평일에도 아카데미나 야구연습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더라. 올 여름이 많이 덥기도 했고,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준비한 탓에 다들 살이 많이 빠졌다. 또 그만큼 야구가 많이 늘었다. 대표팀의 최고참이 74년생(김희진)이고 막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지혜) 이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도 고참인 큰 언니가 더 뛰고 더 열심이다. 그게 다른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 이번 대회 대표팀 에이스나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아직 선수들에게 베스트 멤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끝까지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때문에 누구 한 명의 이름을 언급하기는 그렇다. 모두가 에이스고, 주목할 만한 선수들이다. 물론 이미 머릿속으로 경기 구상은 끝났다. 분위기상 대회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은 반드시 잡고 가야하기 때문에 에이스를 등판 시킬 예정이다. 예선전이 하루도 쉬지 않고, 5경기 연속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투수 8명이 5일 모두 던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한다. 김라경, 이지혜 등 어린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좋은 경험하고 와서 여자야구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 우리나라 여자야구 대표팀의 실력은 어느 정도 인가. (한국은 이번 대회 12개 참가국 중 세계랭킹 7위다.)

“여자 사회인 야구 전국대회를 봐도 이제는 만만한 팀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열린 3개의 여자야구 전국대회에서 각기 다른 팀이 우승을 했다. 사회인 야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 여자야구의 경쟁력도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아직은 세계무대에서 높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가 대표팀 감독을 맡고 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게 내가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 이번 대회 목표는.

“지난 번 기장 월드컵(2016년)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기장 때에는 소프트볼 선수들이 엔트리에 속해 있었고, 지금은 온전히 야구선수들로만 꾸려져있다. 때문에 기량 차이는 반대로 선수단 분위기는 더 끈끈해졌다. 슈퍼라운드 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결과보다도 지금은 선수들이 과정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국가대표로서 가져야하는 책임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험을 심어주고 싶은 것이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흘린 땀과 노력들이 공부가 됐을 것이다. 덕분에 전체적인 수준도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 국내에서 여자야구의 관심이나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여자야구대회를 한 번 보시면 여자 선수들이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못지않게 이 선수들이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 역시도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던 사람이다. 마음이 동요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여자야구 대회 중에서는 가장 큰 이벤트다.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응원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kyj76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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