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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울었던 ‘만년 백업멤버’, 최은지 꽃이 피었습니다

뒤에서 울었던 ‘만년 백업멤버’, 최은지 꽃이 피었습니다

  • 기자명 이보미 기자
  • 입력 2018.08.13 10:31
  • 수정 2018.08.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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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스포츠=이보미 기자]

오랜 기다림 끝에 KGC인삼공사 최은지가 제 자리를 찾았다. 프로 데뷔 후 가장 크게 웃었다.

1992년생 최은지는 2011년 당시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우선 지명으로 V-리그 무대에 올랐다. 걸출한 공격수 김희진, 박정아가 있었기에 최은지는 뒤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2015-16시즌에는 6경기 15세트 출전에 그쳤다. 확실한 그의 자리가 없었다. 그러던 2016년에는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그동안 최은지가 입은 유니폼에는 별도 많았다. ‘막내팀’ IBK기업은행은 막강한 전력으로 V-리그 통산 3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은지는 두 번의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도로공사도 2017-18시즌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은지가 주인공은 아니었다. 

2018년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최은지는 KGC인삼공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FA 잔류도 생각했다. KGC인삼공사에서 새 출발을 결심했다. V-리그를 앞두고 치른 KOVO컵에서 맹공을 펼친 최은지. 팀의 10년 만의 대회 우승과 더불어 MVP 영예를 안았다. 이번에는 최은지가 주역이었다.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던 최은지다. 이제는 아니다. 최은지는 “나와 같은 백업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다.

◇ “난 안되는구나.”
경해여중-선명여고를 졸업한 최은지는 고등학교 때까지 주목받는 선수였다. 파워있는 공격이 그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180도 달라졌다. 수비가 약점인 그에게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최은지는 “중,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우승을 했다. 기업은행으로 가면서 배구 인생 처음으로 비주전이 됐다. 뒤에서 생활하고 하니깐 빨리 포기했던 것 같다. 좀 더 빨리 이겨내고 노력 했어야 했는데 (김)희진 언니나 (박)정아가 있어서 안 되는구나 놓고 있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최은지에게 조언을 했다. 이효희(도로공사)는 “넌 잘 하는 아이다. 언젠가 빛을 볼 거다. 나도 5년 차 때 주전이었다”고 했고, 이숙자 해설위원은 “참고 묵묵히 기다리면 빛을 볼 수 있는 아이다”며 격려했다.

그럼에도 최은지는 스스로 알을 깨지 못했다. 그에게도 백업 자리가 익숙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과의 통화 이후 최은지가 달라졌다. 

◇ 서남원 감독의 선택과 믿음
올해 레프트 자원 영입에 나선 서남원 감독은 이소영, 김미연, 최은지까지 후보군에 올렸다. 그리고 서 감독은 원소속팀 도로공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최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은지는 “원래 모르는 번호를 받지 않는다. 어디든 어떤 감독님 전화일 것 같았다. 우리 팀에 와줄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 그런 말 처음 들었다. 설레기도 했다. 감독님 진심도 느껴졌고, 느낌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최은지가 이적을 결심한 이유다.

최은지의 팀 합류 후에도 서 감독은 심리적 안정을 꾀했다. 최은지는 “그 전에도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교체로 들어가서 미스를 하게 된다면 빠지겠지 하는 생각은 했다. 선수도 노력해야하는 것이 맞다”면서 “내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먼저 안 뺄 테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이 고마웠다. 날 믿어주셨다. 나도 안 나가려고 더 노력했다”고 전했다.

서 감독도 베스트 멤버 7명만 쓰지 않는다. 보유한 자원들은 고루 활용한다.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7명만 믿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최대한 바꿔주고 기회를 주려고 한다. 또 선수들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넋 놓고 서 있지 않는다. 준비하는 자세가 돼있다.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지는 KOVO컵 GS칼텍스와의 결승전에서도 지칠 법 했다.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인 32점을 올리기도 했다. 최은지는 “3세트에 힘들었다. 나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나한테 기회가 왔는데 이거 밖에 안되나 싶었다. 또 감독님이 웃으면서 힘내라고, 괜찮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한 번 더 힘을 낸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 전광인 겨냥, ‘하동의 아들’이 아닌 ‘하동의 딸’
최은지의 새로운 다짐도 생겼다. 현대캐피탈 전광인과 최은지 모두 경남 하동 출신이다. 최은지는 “청소년 대표팀 때까지는 내가 위였다. 하동에 광인 오빠보다 현수막 더 많이 걸렸었다. 하동의 딸에서 하동의 아들로 바뀌었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공격의 한 축을 차지한 최은지. KOVO컵 우승컵과 MVP까지 챙겼다. 전광인을 뛰어 넘어 다시 ‘하동의 자랑’이 되겠다는 각오다.

◇ 최은지의 또 다른 자극제, 리그에서도 통할까?
KGC인삼공사는 다가오는 시즌 ‘복덩이’ 알레나와 함께 한다. 최은지는 “알레나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며 힘줘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KGC인삼공사는 알레나에 편중된 공격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최은지가 새로운 카드로 떠올랐다.

최은지는 “또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도 뛰고, 대표팀 선수들까지 오면 달라질 거라는 말들도 하신다. 가끔 나도 댓글을 본다. 최은지가 리그 시작해서도 통할까라고 하더라. 그거 보고 끝까지 이 악물고 했다. 자극제 역할이 돼 좋다. 보란 듯이 해내보겠다. 허풍이 아닌 자신감을 보여주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침내 최은지 꽃이 활짝 피었다. "마지막이다"며 절실함을 안고 무대를 즐기려는 최은지다.

 

사진=KOVO

bomi8335@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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