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상완 기자]
장현수(27·FC도쿄)는 속죄의 마음으로 뛰었다. 죽기 살기로 뛰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뛴 것이 아니다. 정말 벼랑 끝에 몰린 팀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장현수가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뛴 거리는 총 11,069미터. 스웨덴전(8,678m) 멕시전(8,496m) 보다 발에 땀이 고일 정도로 두세 발 더 뛰었다.
경기 전까지 장현수의 출전 전망은 어두웠다. 조별리그 1~2차전을 거치면서 비난의 강도와 수위는 거셌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실명을 거론하면서 단순히 경기력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인신공격성 글이 난무했다. 실점의 빌미가 된 멕시코전이 끝난 뒤에는 믹스트존(취재 구역)을 거치지 않았다. 정신적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출전이 불투명했을 정도로 심적 부담이 컸다. 하지만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부상을 당하면서 공백을 메울 카드가 없었고, 장현수는 정우영(비셀 고베)과 호흡을 맞춰 세계 최강 독일의 중앙 싸움을 자처했다.
본래의 포지션인 중앙 센터백 자리가 아님에도 신태용 감독의 주문을 100% 충족시켰다. 전반은 심적 부담 탓인지 몸이 무거워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치열한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육탄방어를 섞어가며 몸을 부딪쳤다. 그렇게 뛰고 뛴 거리가 11km다. 장현수는 경기 직후 “(독일을) 이기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이 없었다”며 “쓴 맛을 봤기 때문에 더 떨어질 곳도 없고 무서울 것이 없어졌다. 한 번은 고비가 올 텐데 고비가 일찍 왔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장현수는 조금이나마 좋지 않은 시선을 씻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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