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인천)=이보미 기자]
대한항공이 두 번째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환희의 눈물이었다. 1년 전 아픔을 치유했다.
대한항공은 30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3-0 승리로 장식했다.
2005년 리그 출범 이래 사상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까지 남자부에서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승부에서 웃은 팀은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OK저축은행 단 세 팀이었다. 이제 4개 팀이 됐다. 대한항공이 새 역사를 썼다.
◇ 잊을 수 없었던 2017년 4월 3일
대한항공은 2010-11시즌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모두 삼성화재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그쳤다. 2016-17시즌 다시 기회를 얻었다. 현대캐피탈에 2승3패로 밀려 역시 준우승을 거뒀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에 도전장을 냈다. 초반 흐름도 좋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1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고, 3차전까지 2승1패 우위를 점헀다. 4, 5차전에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와 김학민, 가스파리니까지 가세해 막강한 전력을 드러낸 대한항공.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V1을 꿈꿨지만 물거품이 됐다.
2017년 4월 3일 홈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패한 대한항공 선수들은 코트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주장 한선수, 가스파리니도 좀처럼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어린 딸들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박기원 감독은 “2017년 4월 3일을 잊지 못한다. 아직도 그날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선수 역시 2017-18시즌 막이 오른 뒤에도 “한동안 잊지 못했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새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과거는 묻어두고 새 시즌만 생각하고 있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 1년 전 아픔 치유한 감격의 눈물
대한항공은 올 시즌 주전 레프트 곽승석-정지석의 맹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3위 기록,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패배 이후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며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8% 기적을 쓴 대한항공이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흐름이 이어졌다. 먼저 현대캐피탈이 안방인 천안에서 1차전 승리를 챙기며 우승 확률 76.9%를 잡았다. 역대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경우는 총 13번 중 10번이었다.
이미 대한항공에 확률은 의미가 없었다. 2차전 승리 이후 3차전 2세트 21-24에서 연속 5득점을 챙기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2, 3차전 모두 셧아웃 승리로 마쳤다.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대한항공이다.
이후 박기원 감독은 ‘초심’을 강조했다.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마침내 대한항공은 한선수, 곽승석, 정지석, 가스파리니는 물론 센터 진상헌과 진성태, 리베로 정성민까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2018년 3월 30일도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사진=KOVO
bomi8335@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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