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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쏟은 두 빙속 여제의 '아름다운 피날레'

눈물 쏟은 두 빙속 여제의 '아름다운 피날레'

  • 기자명 윤승재 기자
  • 입력 2018.02.19 06:37
  • 수정 2018.02.1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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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스포츠=윤승재 기자]

경기 후 만난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라이벌’이라는 단어 아래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던 그들은 그 동안의 모든 감정들을 눈물과 함께 쓸어 보냈다.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대회 최대 라이벌로 꼽힌 고다이라 나오의 36초94의 기록보다 0.39초 늦었다. 결국 대회 전 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왔던 라이벌에게 금메달을 내주는 아쉬움을 맛봐야만 했던 이상화였다.

그러나 그 라이벌 의식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눈 녹 듯 사라졌다. 은메달을 확정지은 이상화가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할 때 나오가 먼저 다가와 그를 위로한 것.

이상화는 나오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무언가 이야기를 건넨 뒤 함께 링크를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혀진 대화의 내용은 나오의 ‘위로’였다. 나오는 먼저 이상화에게 다가가 한국말로 “잘했다”라고 건네면서 감동스러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사실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는 오랜 친구 사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들은 서로에 대해 ‘친구’라 말하며 둘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승부의 세계는 성적이라는 요소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법. 이상화와 나오도 피해갈 수 없었다. 대회 직전 ‘디펜딩 챔피언’ 이상화와 ‘24연속 우승’의 나오라는 ‘신구 강자’라는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전성기를 함께 누린 적이 없다는 스토리도 라이벌 구도에 불을 지폈다. 이상화가 2010 밴쿠버 올림픽 이후 지난 시즌 직전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반면, 나오는 그 동안 국제대회와 큰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화가 무릎 부상으로 주춤했을 때 네덜란드 유학을 마치고 온 ‘대기만성’의 나오가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나오는 평창 대회 전 까지 무려 2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랬던 그 둘이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대회에서 만나게 됐다. 하지만 그 압박감은 만만치 않았다. 대회 직전 그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듯이 두 선수는 계속되는 라이벌 구도 속에 친구를 친구라 부르지 못하고 경계해야 했던 속앓이를 겪었다.

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후회 없는 활약을 펼쳤다. 어쩔 수 없이 승패가 가려진 친구 사이지만, 패배의 아쉬움보다는 후련한 감정이 더 커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면서 이전 절친의 사이로 돌아갔다. 최고의 대회에서 열린 최고의 라이벌 대결을 아름다운 눈물로 마무리한 두 사람이다.
 

사진=뉴시스

unigun89@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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