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부활 날개짓' 강수일, "제 꿈은 여전히 국가대표입니다"

'부활 날개짓' 강수일, "제 꿈은 여전히 국가대표입니다"

  • 기자명 윤승재 기자
  • 입력 2018.01.04 13:36
  • 수정 2018.01.04 17:3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TN스포츠=윤승재 기자]

“제 인생에 대해 책으로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 30세.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들은 30세 전후로 전성기를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수일은 딱 그 중간에 서 있다. 하지만 강수일의 축구 인생은 마냥 상승곡선만 그린 것이 아니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차별을 이겨내고 올라섰지만 한순간의 치명적 실수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강수일은 결국 재기에 성공,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자신의 인생에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87년생 강수일. 강수일은 과연 어떤 축구 인생을 살아왔을까. 

◇ "제 꿈은 여전히 국가대표입니다"

2017년, 강수일은 J2리그 하위권 팀인 자스파쿠사츠 군마에 입단했다. 발모제 도핑 사건부터 음주운전까지. 총 2년간의 긴 징계 기간을 마치고 그라운드에 선 그는 잔뜩 움츠렸던 날개를 다시 펴기 시작했다. J2리그 하반기 22경기에 출전한 강수일은 10골 2도움을 올리며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비록 팀의 강등은 막지 못했지만, 13경기 7득점에 허덕이던 팀은 강수일 합류 이후 29경기에서 25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분투했다. 

강수일은 부활의 원동력으로 ‘간절함’을 꼽았다. 잃어버렸던 자신의 꿈을 위해 재기를 꿈꿨고 자신만큼이나 힘든 나날을 보낸 부모님을 생각하며 다시 일어났다고 한다. 강수일은 “제 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거예요. 이전엔 제 실수로 꿈 바로 앞에서 좌절했지만, 여전히 제 꿈은 국가대표입니다”라고 말하며 항상 이 생각으로 자신을 채찍질한다고 말했다. 

2006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프로무대에 데뷔한 강수일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 국가대표라는 꿈을 위해 차근차근 밟아 올라왔다. 2014년에는 임대 간 포항 스틸러스에서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기도 했다. 총 29경기에 나와 6골 3도움을 터뜨린 강수일은 제주로 돌아와서도 14경기 5골 2도움을 터뜨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결국 강수일은 2015년 6월,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포항, 제주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본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동남아 원정에 강수일을 포함시켰다. 최고의 전성기와 함께 자신의 꿈을 눈앞에 두고 있던 강수일은 환한 미소와 함께 출국길에 올랐다.

2015년 6월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을 위해 출국하는 강수일
2015년 6월,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을 위해 출국하는 강수일

◇ 예기치 못한 시련에 고개 숙인 강수일

하지만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도핑테스트에서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메틸테스토테론이 검출되며 강수일은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원인은 다소 어이없게도 ‘발모제’. 강수일이 콧수염을 기르기 위해 대학 때부터 발라 온 발모제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규정은 규정.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강수일은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강수일은 “수염이 안 나고 눈썹이 자꾸 빠져서 발랐는데 그렇게 큰 화가 될지는 몰랐어요. 알았으면 절대 안 발랐을 겁니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혼혈 외모에 예민했던 강수일의 외모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는 것. 어렸을 적 또래 아이들과 다른 까만 피부에 곱슬머리 때문에 외모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강수일은 “눈썹의 비대칭을 고치고 수염을 좀 더 진하게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이라 말하며 아쉬워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강수일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다. 팬들은 ‘한순간의 실수다’, ‘일어날 수 있다’ 등의 메시지로 강수일을 응원했다. 하지만 강수일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강수일은 “이게(발모제) 뭐라고, 전 이거하고 모든 걸 바꿨어요. 국가대표만 바라보고 왔는데 말도 안 되는 연고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렸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강수일은 “그때 걸렸을 때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저는 전혀 괜찮지 않았어요. 모든 걸 잃어버렸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었죠”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015년 6월 22일, 발모제 도핑으로 강수일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다
2015년 6월 22일, 발모제 도핑으로 강수일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다

◇ 연달아 터진 중징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

하지만 동정론과는 달리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냉정했다. 연맹은 강수일에게 K리그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2개월 뒤 대한축구협회까지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강수일에게 부과했다. 징계 시작은 약물 검출 당시인 6월. 12월 중순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강수일의 2015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강수일은 “처음에 15경기 징계를 받고 ‘아 그래도 남은 8경기 뛸 수 있으니까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구단 돌아왔더니 그때 또 구단 징계.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협회에서 6개월 중징계까지 맞으며 시즌 아웃 됐죠”라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강수일의 징계 강화를 논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수일은 “엄청 울었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여기에 AFC가 ‘무슨 6개월이냐, 1년 줘야 한다’고 하고, 갑자기 FIFA까지 나오더니 2년으로 늘어났어요. 징계가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논의되다 보니까 정말 힘들었어요”라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달아 터진 징계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강수일은 결국 음주운전이라는 강수일 자신도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축구 인생에 큰 위기를 맞았다. 강수일은 “무조건 제가 잘못한 거예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객기를 부린 것 같아요”라며 자책했다. 당시 강수일은 친구에게 운전대를 넘기며 경찰을 속이려 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강수일도 “도핑 때문에 무서웠어요. 무서워서 (운전대를 잡아달라고) 친구한테 부탁했고...”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강수일은 “하지만 추궁 끝에 자백했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이야기에요.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바로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정말 잘못한 부분입니다”라며 사과했다. 

결국 강수일은 소속팀 제주로부터 임의탈퇴 징계를 받았다. 연맹과 축협의 징계가 끝나도 제주의 허락이 없는 이상 국내에서 뛸 수 없는 중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FIFA의 2년 출전 징계까지 확정되며 강수일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강수일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생각해보면 (팬들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잘 받아들이고 조용히 지냈어야 했는... 참 저 자신이 불쌍해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강수일은 인터뷰 자리를 빌려 부모님과 팬들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거듭 말했다. 강수일은 “제가 국가대표가 됐을 때 부모님께서 정말 행복해하셨거든요. 또 많은 사람이 저한테 기대를 하고, 일 끝나고 와서 저 하나 뛰는 거 보겠다고 TV 앞에 오시는 분들한테 실망을 안겨드려서 정말 죄송하죠”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강수일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변명할 거리는 없습니다. 무조건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J2리그 자스파쿠사츠 군마에 입단한 강수일, 하반기에만 10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예고했다

◇ "꼭 다시 일어나서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죠"

하지만 강수일은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왔던 축구 국가대표의 꿈을 바로 포기할 순 없었다. 강수일은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2년 출전 정지 징계받았을 때 ‘내가 여기서 만약 다시 일어나면 이 일들을 글로 쓰겠다’라고. ‘꼭 다시 일어나서 국가대표가 되겠다’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죠”라 전했다. 

강수일은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실전에 투입되지는 못했지만 하부리그 팀 훈련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강수일은 “용인시청에서 제가 훈련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줬었고, 포천시민축구단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일본 가기 전까지 포천에서 계속 먹고 지내면서 훈련을 했었죠”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강수일은 틈틈이 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속죄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그렇게 강수일은 힘들었던 2년 징계를 모두 채우고 일본 J2리그 자스파쿠사츠 군마에 입단해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평소에 해외로 가고 싶었던 갈망이 있었어요. 어떻게든 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하고 싶었고요”라고 말한 강수일에게 당시 선택지는 2가지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쉰 강수일에게 온 오퍼는 두 팀. 이전 소속팀 제주와 군마였다. 하지만 임의탈퇴로 인한 힘겨운 복귀절차를 겪는 것보다는 강수일은 조금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는 해외팀으로의 이적을 택했다.  

비록 일본 2부 리그 꼴찌 팀이었지만 강수일은 국가대표 복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강수일은 “거기서도 제 꿈은 국가대표라고 여러 번 말했고, ‘(부활의 발판으로) 여기서 두 자리수 골을 넣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어요”라며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라 전했다. 강수일은 결국 최종전에서 리그 10호 골을 터뜨리며 두 자리수 득점의 약속도 지키며 부활을 서곡을 연주했다.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아요. 꿈을 향한 간절함도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활약이었고요.” 강수일은 이 뛰어난 활약을 보상받아 2018년에는 태국 리그에서 뛰게 된다. 강수일이 뛰게 될 랏차부리 미트르 폴은 지난 시즌 태국 1부 리그서 6위를 기록한 팀. 강수일은 “J1리그로 가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제안이 없었어요. J2리그 오퍼만 있었는데 태국 랏차부리가 그 2배 이상 되는 연봉을 제시해줬죠. 제 적지 않은 나이와 부모님도 생각해서 이적을 결정하게 됐어요”라며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태국 리그에서 강수일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일까. 꿈에 대해 묻자 강수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득점왕”이라 답했다. “태국 리그에서 득점왕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해 팀을 더 높은 순위로 끌어올리는 것도 올 시즌 목표입니다.” 덤으로 강수일은 랏차부리라는 팀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강수일은 J2리그 활약에 힘입어 태국 리그 랏차부리 미트르 폴로 이적했다

◇ "선수 생활 마지막은 K리그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강수일의 더 큰 꿈은 여전히 K리그와 국가대표였다. 강수일은 언젠가 K리그로 돌아와 한국 팬들 앞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저는 K리그에서 데뷔했고, 은퇴도 당연히 K리그에서 하고 싶어요. 돌아오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꼭 돌아와서 은퇴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국가대표에 대한 갈망도 숨기지 않았다. “(국가대표와) 조금 멀어졌을 수도 있죠.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언제 또 기회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염)기훈이 형도 나이가 있는데 국가대표도 하시고, 제가 또 태국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안 될지언정 그런 희망을 가져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분명 원동력이 될 거에요.”

마지막으로 강수일은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해 사과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길었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안녕하세요, 강수일입니다. 한국에서 안 좋은 일도 많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일본에서 열심히 해서 태국으로 가게 됐습니다. 한국으로 바로 갈 수는 없지만 좋은 모습으로 좋은 성적 거둬서 한국으로 돌아와 축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응원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사진=STN스포츠 DB, 뉴시스, 자스파쿠사츠 군마 SNS, 랏차부리 SNS

unigun89@stnsports.co.kr

 

저작권자 © ST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단영역

매체정보

  • (주)STN미디어(방송국) :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 419-2 부평테크노타워 8층
  • 대표전화 : 1599-1242
  • 팩스 : 070-7469-0707
  • 법인명 : (주)에스티엔미디어
  • 채널번호 : 지니 TV(131번) LG 유플러스 TV(125번) 딜라이브(236번)
  • 대표이사 : 이강영
  • 보도본부장 : 유정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완
  • (주)STN뉴스(신문사) : (0723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68길 23 (정원빌딩) 10층
  • 대표전화 : 02-761-2001
  • 팩스 : 02-761-2009
  • 법인명 : (주)에스티엔뉴스
  • 제호 : STN 뉴스
  • 등록번호 : 인천 아 01645
  • 등록일 : 2009-09-04
  • 발행일 : 2009-09-04
  • 대표이사 : 유정우
  • 발행·편집인 : 유정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완
  • Copyright © 2024 STN 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ports@stnsports.co.kr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