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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양현종, 스승 앞에서 우뚝 서다

울보 양현종, 스승 앞에서 우뚝 서다

  • 기자명 윤승재 기자
  • 입력 2017.10.27 02:11
  • 수정 2017.10.2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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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시리즈 4차전 패전 당시의 양현종(좌)과 2017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한 양현종(우)
2009년 한국시리즈 4차전 패전 당시의 양현종(좌)과 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한 양현종(우)

[STN스포츠=윤승재 기자]

양현종이 자신의 은사 칸베 토시오 앞에서 완벽투를 펼쳤다.

KIA 양현종은 2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7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완벽투를 선보이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양현종은 이날 9이닝 동안 총 122구를 던지며 4피안타 무실점, 11삼진을 기록했다. 전날 패배로 위기에 처해있는 팀을 혼자서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플레이였다.

하지만 이날 승리는 양현종에게 더 특별했다. 양현종이 이 자리에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어준 스승, 칸베 토시오 前 KIA 타이거즈 코치가 관중석에서 양현종의 호투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2007년 신인 양현종의 별명은 ‘막내딸’이었다. 양현종은 당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프로의 길은 험난했고, 경기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양현종은 경기장 한편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에 ‘막내딸’ 대하듯 그를 달래며 응원했다.

이런 양현종을 KIA의 어엿한 에이스로 만든 코치가 바로 칸베 토시오 코치다. 2008년 조범현 감독의 KIA 타이거즈에 부임한 칸베 코치는 양현종을 선발 투수로 키우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칸베 코치는 동계 훈련에서 양현종에게 하루에 350여 개의 공을 던질 것을 주문했고, 자세 교정 훈련도 200회 씩 할 것을 주문했다. 

칸베 코치는 양현종을 항상 엄하게 다스렸고 양현종도 울상을 지으면서도 코치의 주문을 모두 완수하며 매일 맹훈련을 실시했다. 

고된 훈련 끝에 양현종은 2009년 KIA 선발 축의 하나로 성장해 팀 우승에 일조했다. 12승 5패 평균자책점 3.15. 6월에는 6승 2패 평균자책점 2.19로 리그 1위를 달리기도 했던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그렇게 칸베 코치 아래서 꽃을 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양현종은 칸베 코치와 이별해야 했다. 칸베 코치가 심장질환으로 치료 차 구단을 떠나야 했기 때문. 하지만 인연은 계속 이어갔다. 칸베 코치는 양현종에게 새 글러브를 선물하며 ‘15승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 글러브 덕분이었을까. 양현종은 2010년 꿈에 그리던 15승을 달성했고, 16승 8패의 성적으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웃지못할 사연도 있었다. 누군가 칸베 코치를 사칭해 양현종의 미니 홈페이지에 악의적인 글을 달았던 것. 양현종은 심한 충격을 받아 미니 홈페이지를 닫기도 했다. 그만큼 양현종이 정이 많은 것도 있지만, 그의 선수 생활에 칸베 코치는 정말 대단한 존재였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2017년, 양현종의 소속팀 KIA는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이에 양현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칸베 코치를 직접 초청했다.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면 그를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6일. 양현종은 8년 전 울보였던 모습을 뒤로하고 어엿한 에이스의 모습으로 스승 앞에 우뚝 섰다. 투구수 122개, 탈삼진 11개,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승, 완봉승, 한국시리즈 최초 1-0 완봉승 등. 양현종은 이날 달성한 모든 기록을 자신을 키워준 스승의 눈앞에서 세웠다. 

양현종은 경기가 끝나고 홈쪽 관중석을 가리켰다. 칸베 코치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양현종은 칸베 코치에 고맙다는 의미로 세리머니를 했다고 한다.  

<뉴시스>에 따르면 양현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칸베 코치님이 KIA에 계셨을 때 ‘나이스 피칭’이란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고 섭섭해 했다. 하지만 8년 후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양현종을 바라보며 칸베 前 코치도 속으로 ‘나이스 피칭’을 외치며 흐뭇해하지 않았을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을 받아간 뜻깊은 날이었을 것이다.

사진=뉴시스

unigun89@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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