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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둘까” 성장통 앓은 정선아와 7월의 약속

“그만둘까” 성장통 앓은 정선아와 7월의 약속

  • 기자명 이상완 기자
  • 입력 2017.09.18 00:09
  • 수정 2017.09.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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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에 출전한 정선아의 모습.

[STN스포츠=이상완 기자]

“사실 시즌이 끝나고 휴가를 다녀와서 ‘운동 그만하고 싶다,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제가 적응을 너무 못하니깐 주변에서도 먼저 그만둘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V리그 시즌 준비에 한창이던 7월 초.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훈련장에서 만난 정선아(19)는 어렵사리 속내를 털어놨다.

정선아는 중‧고교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가 성장할수록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차세대 스타’라며 배구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드래프트 지명은 당연지사였고, 전체 1순위로 기대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아마추어 딱지를 뗐다. 하지만 냉혹한 세계에서 ‘프로’라는 이름은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이제 막 프로에 발 디딘 신인 풋내기가 설 자리는 없었고, 스스로 찾아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정대영(36) 배유나(28) 등 대형스타를 따라가기에는 능력이 부족했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화된 삶과 환경 적응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적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긴장과 부담은 독이 돼 마음의 짐이 됐다. 과도하게 긴장한 나머지 초반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날려 자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팀의 성적도 좋지 않아 출전 기회는 줄어, 주로 ‘웜업존(선수들이 몸을 푸는 대기 공간)’ 안에서 보냈다. 목포여상 시절 레프트, 라이트, 센터 등 두루 뛰었던 포지션의 노선도 정해지지 않아 더욱 혼란스러웠다. 지난 시즌 신인상을 받은 지민경(19‧KGC인삼공사)과의 라이벌 시선도 스트레스였다. 여러 힘든 나날 속에 V리그 첫 시즌을 마친 성적은 단 5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정선아는 “고교 때와는 달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힘들었어요. 신인상 욕심도 없었다면 거짓말인데 그것도 그렇고. 제 잘못이죠.” 많은 고민 끝에 마음을 잡고 운동에 전념한 정선아는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변해야 산다’는 스스로 다짐이 컸지만, 김종민 감독과 팀 동료 언니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계기가 됐다. 김종민 감독은 비시즌 동안 정선아를 센터로 못박고 집중 연습을 시켰다. 정선아도 센터로 보직을 받고서는 훈련 삼매경에 빠졌다. 스스로도 센터 옷에 맞추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 14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IBK기업은행전 출전한 정선아가 서브를 넣는 모습.

같은 포지션이자 팀의 맏언니인 정대영의 조언, 기술들은 동기부여가 됐다. 서먹서먹했던 사이에서 이제는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실 정도로 친해진 것도 힘이 됐다.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그 말에 힘이 났어요. 감독님이 해주신 말들이 없었다면 지금 배구를 안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언니들과도 부쩍 친해지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얘기를 많이 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굵고 짧은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온 정선아는 2017 천안·넵스컵에서 그동안 숨겨놨던 잠재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지난 14일 GS칼텍스와 첫 경기부터 서브 에이스 4개를 포함해 총 14득점을 올려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프로 데뷔 이후 공식경기에서 최다득점, 최고기록이다. IBK기업은행전에서도 공격성공률 60%(10득점)에 육박했고, 블로킹 4개를 꽂아 센터로서의 장점과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부상으로 빠진 배유나의 공백이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융화된 모습이다.

“작년에는 기회를 못 잡아서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이번에는 훈련도 많이 했으니깐 비시즌 동안 열심히 노력한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프로 1년 차 성장통 그리고 남모르게 속앓이 한 정선아의 '7월의 약속'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한국배구연맹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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