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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르포] 추억 흐려진 씨름, 광안리 해변에서 ‘부흥’ 해법 찾다

[ST&르포] 추억 흐려진 씨름, 광안리 해변에서 ‘부흥’ 해법 찾다

  • 기자명 이상완 기자
  • 입력 2017.09.09 11:41
  • 수정 2017.09.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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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2017 부산씨름왕 선발대회 및 제1회 부산꿈나무씨름왕선발대회' 황금소 트로피가 놓여있다.

[STN스포츠(부산)=이상완 기자]

8~90년대 씨름은 지금의 4대 프로스포츠(축구‧배구‧야구‧농구)의 인기와 비례했다. 천하장사(天下壯士)가 가는 지역에는 온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정치인보다 더 귀한 존재였고, 명예와 함께 부(富)의 상징이었다. 장사에 한 번 오르면 쓰러져가는 집안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스타 장사는 TV의 얼굴로, 연예인보다 더 이목을 받았다.

스포츠일간지 신문 1면에는 모래를 움켜쥐고, 꽃가마를 타며 ‘황금소’를 들고 환호하는 사진이 도배될 정도였다. 전국 초중고 학교 운동장에는 모래 씨름판이 없는 학교가 없었다. 점심시간 또는 체육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끼리 힘자랑을 늘어놓고 운동회 ‘하이라이트’ 필수 종목이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프로 씨름단이 빠르게 해체되며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함께 2000년대 초,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하고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되면서 인기는 급속도로 식었다. 어느 순간 스타 장사는 신문과 TV에서 자취를 감췄고, 학교 운동장에는 씨름장이 사라졌다. 인기 스포츠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난 씨름은 ‘밀레니엄’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당연지사 기업들의 후원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재정적인 어려움이 늘 뒤따랐다.

존폐 위기에 직면한 대한씨름협회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여성부 설치 등 활성화를 위해 홍보‧마케팅에 눈을 돌려 부활과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계획들을 차근차근 실행, 실천에 천천히 옮기고 있다. 특히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통합되면서 ‘2017년 새로운 씨름의 해’ 캐치프레이즈를 삼고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8일 씨름이 전통 스포츠의 지위를 잇고 나아가야 할 방법, 비전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각 종목을 막론하고 지역 시‧도 협회(또는 연맹)가 독자노선으로 대회를 치루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부산시씨름협회(이하 협회)의 도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8일 오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2017 부산씨름왕 선발대회 및 제1회 부산꿈나무씨름왕선발대회' 각 구·군 대표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협회는 광안리 해변에 특설경기장을 설치해 ‘씨름 부활’을 위한 '2017 부산씨름왕 선발대회 및 제1회 부산꿈나무씨름왕선발대회'를 개최했다. 부산 지역 씨름 활성화와 저변 확대, 관심 유도가 주된 목적이지만, 대승적으로는 한국 씨름 부활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 협회는 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계획, 예산 수립은 물론 대회 두 달 전부터 줄곧 대회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지역 협회가 주관하는 대회는 예산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중계방송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에서 협회는 스포츠전문채널(STN스포츠)의 생중계를 과감히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더욱이 전문 실업(또는 프로) 선수들의 경기가 아닌 참가자 대다수가 생활체육인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부산 지역 총 16개 구‧군에서 1천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꽤 큰 규모로 치러졌다. 전면에서 진두지휘한 김태우(부산갈매기씨름단 감독) 전무이사는 “지금 씨름이 위기이지 않나. 이러다간 씨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가 들었다. 그래서 우리 부산 지역부터라도 씨름 저변확대에 나서고 싶었다”고 대회를 개최한 배경을 들었다.

김 전무이사가 큰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동안 임구슬 사무국장과 박상규(신곡중 감독) 경기이사가 후원사 물색 등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임 사무국장과 박 경기이사는 일선에서 대회에 필요한 물자 등 작은 것 하나까지 직접 챙겼다. 부산 씨름의 정신적 지주라 불리는 최현돌 회장의 존재도 컸다. 최 회장은 기장군수 재임 시절 기장군청씨름단과 부산 지역 내 초‧중학교 씨름부를 잇달아 창단시켜 부산 씨름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적지 않은 인력과 부족한 예산 속에서 치른 대회는 성공적이었다.

씨름 대회라기보다는 시‧도 체육대회의 느낌이 강했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해변 씨름은 이색적이었다. 대회 참가자도 각양각색이었다. 초‧중등부는 지역 내 씨름부 선수들이 기량 향상이 주된 목적으로, 남녀 성인부는 생활체육을 하는 대상자들이었다. 주부부터 체육관 관장, 피트니스 운영자, 레슬링, 유도, 격투기 등 씨름과 관계없는 일반 참가자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대회 열기와 실력은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각 구‧군을 대표해 출전해 대결 구도로 형성될 만큼 응원 열기와 경쟁 의지가 강했다. 화끈한 기술과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유명 관광지에 열려 관광객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 8일 오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2017 부산씨름왕 선발대회 및 제1회 부산꿈나무씨름왕선발대회' 여성부 경기가 열리고 있다.

중계방송도 대회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시청 접근성이 용이한 포털사이트(네이버‧다음카카오)를 통해 전국에 전파를 탔고, 장내해설을 진행한 박 경기이사의 재치 넘치는 입담은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봤다. 김 전무이사는 “씨름 활성화의 일환으로 대회를 치렀는데 아직은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잘 마친 것 같다. 중계방송도 큰 도움이 되었다”며 “우리 씨름이 인기스포츠의 정점을 찍고 침체되어 있는 시점이다. 국내 실업팀은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어린 꿈나무 발굴과 학교 체육에 관심을 꾸준히 가져주고, 대회 상금도 확대되면 분명히 씨름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지역 협회를 이끄는 상급 단체의 관심, 투자 등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씨름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지속적인 관심을 주기에는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을 뿐이다. 설날과 추석에만 보이는 ‘반짝 관심’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야 한다. 굳이 격을 갖추고 완벽하게 대회를 치러야 할 필요는 없다. 현 시대의 스포츠는 전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변화는 단계이다. ‘누구나 쉽게, 누구나 가볍게’ 보편적 시선에서 제2의 씨름 부흥기를 기대해본다.

사진=STN스포츠 DB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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