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양구)=이상완 기자]
"선수들에게 고맙고 미안하죠."
박항서(58) 창원시청 감독은 16일 실업축구 내셔널선수권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30도가 넘나드는 폭염 속 그라운드에서 뛰어줄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우승 징크스와 주전 공백을 메워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짊어질 무거운 어깨 때문이다.
팀 사정과 맞물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박 감독은 승부사였다. 리그 득점 태현찬이 없는 상황에서 천안시청과 결승전을 치렀고,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2-2(PK 4-3)로 누르고 팀을 11년 만에 대회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박 감독은 지난해 고(故) 박말봉 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아 실업축구 전장터로 돌아왔다. 월드컵과 K리그 클래식(1부), 챌린지(2부) 등 프로리그에서만 20년 넘게 잔뼈 굵은 지도자가 실업축구로 돌아오기란 여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자칫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지금껏 쌓아온 지도자 경력은 물론이거니와 남은 지도자 생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시선이 강했다. 박 감독은 위험성을 감수하고도 "축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실업무대를 택했다.
우려의 시선은 빗나갔다. 프로에서 쌓은 경험과 노련함을 무시할 수 없었다. 4-3-3의 선 굵은 공격과 실점을 최소화해 리그 초반부터 선두에 서서 우승 1순위로 달렸다. 3~4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선수권 토너먼트에서도 강했다. A조에 편성돼 천안시청과 1~2위 다툼 끝에 2위로 준결승에 올라 결승까지 진출했다.
박 감독의 승부사 기질은 결승전에서도 발휘됐다. 전반 15분만에 마법같은 선제골로 기선을 잡았다. 10분 뒤 수비수 김창휘가 자책골로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빠른 교체와 변칙 전술로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1-1의 연장전에서도 시작과 동시에 한 점을 헌납했지만 또 한번 이정환의 기적골로 생명연장을 시도했다. 승부차기 돌입 전 관중석까지 들릴 정도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교체된 골키퍼 박지영의 두 번의 선방으로 기적의 첫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박 감독은 K리그 제패에 이어 실업축구도 제패해 지도력이 빛나고 있다.
사진=한국실업축구연맹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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