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전주=이상완 기자] ‘아…’
정확히 두 달 전이었다.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도시인 수원에서 조 추첨식이 열렸다. 개최국 한국은 기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한 조에 묶였다. 이른바 ‘죽음의 조’였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는 세계적인 강호이고 기니는 아프리카의 복병이었다. 뚜껑을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름값에서 주눅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세계 축구사의 빼 놓을 수 없는 아르헨티나의 영웅 마라도나가 직접 추첨식에 찾아 추첨을 진행했는데,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직접 뽑아 한국의 조에 배치하는 선물을 줬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가 뽑히자 기쁨에 겨운 듯 밝게 웃었다.
은연히 한국을 조롱한 듯 한 미소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두 달 뒤, 마라도나의 음흉한 미소를 신태용호가 보란 듯이 민망하게 만들었다. 최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다는 신태용호의 목표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20일 기니와의 개막전에서 3대0 완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출발한 신태용호는 조별리그 최대 분수령으로 본 거함 아르헨티나도 2대1로 격침했다. 무승부만 해도 흡족한 결과였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당당했다. 점유율에서 다소 밀리기는 했지만 탄탄한 수비라인과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 이승우‧백승호의 바르셀로나 듀오 등 삼위일체로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조별리그 2연승. 승점 6점을 만든 신태용호는 오는 26일 잉글랜드와의 3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마라도나가 선물한 ‘죽음의 조’. 이제는 그 어느 조 보다도 ‘환상의 꿀 조’가 됐고 마라도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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