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신문로=이상완 기자] 손흥민(25‧토트넘)의 A대표팀 부진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진단을 내렸다. 손흥민은 유독 대표팀에 오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골 결정력은 물론이거니와 돌파, 스피드 등 소속팀 토트넘에서의 모습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영국에서 날아 댕기다가도 태극마크 유니폼만 입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 19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연달아 시즌 20‧21호 골을 기록해 기존 차범근(6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갖고 있던 한국인 선수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골(19골)을 넘어섰다.
또한, EPL 개척자 박지성의 EPL 한국인 통산 최다골(27골) 기록도 29골로 경신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에만 두 번 수상하는 등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에 반해 대표팀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들어서 부진한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 최종예선 5경기에서 단 한 골만 기록 중이다. 시간도 오래돼 지난 10월 카타르전 이후 3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영국과 한국, 또는 중동으로 장거리 이동과 시차 등 여러 주변 환경적 요소 작용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진단이다.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달 카타르 원정에 나서는 명단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러한 문제점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첫 번째는 선수들과의 호흡적인 부분이다. 소속팀에서는 리그 중이거나 휴식기에도 같이 운동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만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은 전술적인 부분에서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최전방과 측면 등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다”며 “다만 소속팀에서는 매일 똑같은 선수들과 손발을 많이 맞출 수가 있고 그러한 모습들이 경기장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2~3일 훈련해서 바로 결과물을 내야 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두 번째는 부담감이다. 손흥민은 사실상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박지성 은퇴 이후 실질적으로 무거운 짐은 손흥민의 어깨에 올려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팀이 위기에 몰려 있을 때 박지성이 했던 것처럼 한방을 터트려주고 기대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들이 손흥민의 마음을 짓눌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두 번째 진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토트넘에는 손흥민 뿐 만 아니라 해리 케인, 델리 알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다. 손흥민도 그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손흥민에 쏠려 있다”면서 “손흥민이 해결해 줘야 하는 역할이 있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대 급부로 토트넘에서의 플레이가 자연스럽고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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