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원희 기자] “다들 저보고 용병이래요.”

허정협은 많은 역경을 이겨낸 선수였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도전했지만 아무도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그저 야구가 하고 싶다는 이유로 서울 문화예술대 야구부에 들어가기도 했다. 2010년에는 현역으로 군 복무를 지내 2년간 야구를 손 놓기도 했다. 마음대로 야구를 할 수 없으니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허정협은 프로에 갈 수 없었다. 절망감이 밀렸왔을 때쯤 넥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같이 하자”는 제의였다. 허정협은 2014년 11월 마무리캠프, 2015년 스프링캠프에 신고선수 신분으로 참가했고, 노력 끝에 합격점을 받아 정식 선수가 됐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이제 허정협은 넥센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허정협은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7 4홈런 타점 11개를 때려냈다. 허정협은 올 시즌 10경기 이상 출전한 넥센 선수 중 가장 타율이 높다. 1군 데뷔 3년 만에 주전으로 올라섰다. 또한 평생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도 노린다.

하지만 허정협은 신인왕에 그다지 욕심이 없단다. 그저 1군으로 출전하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했다. 허정협은 “신인왕은 아직 이르다. 1군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개인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팀이 승리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내 할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밝혔다.

허정협은 팀 내에서 별명이 “용병”이다. 그만큼 한국 선수답지 않게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허정협은 지난 21일 고척 롯데전에서도 멀티홈런을 때려내 시즌 3‧4호포를 달성했다. 시즌 4호포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겨 125m나 날아갔을 만큼 타구가 쭉쭉 뻗었다.

허정협은 “제가 힘이 좋아 팀에서 농담 삼아 ‘용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 칭찬을 해주는 거라 기분이 좋다”면서 “2군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본 적이 있다. 1군에서도 똑같이 좋은 것 같다. 왼손 외국인 투수를 만날 때면 주눅 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치고 있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고 팀에서 주전으로 내보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허정협은 홈런 부문 팀 내 1위가 됐다. NC의 외국인 타자 스크럭스, 롯데의 전준우와 이름을 나란히 했다. KBO리그 정상급 타자인 이대호(롯데)와는 홈런이 1개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홈런 부문 1위인 SK 최 정과 3개차. 박병호, 강정호가 떠난 상황에서 넥센은 또 하나의 홈런 타자를 생산했다. 주인공은 허정협이다.

[사진=넥센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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