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이보미 기자] 대한항공이 6년 만에 왕관을 썼다. 리베로로 깜짝 변신한 곽승석이 숨은 영웅이다.
대한항공은 2016년 부임한 박기원 감독과 함께 가스파리니, 김학민, 한선수 등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원팀’이 됐다. 박 감독의 소통 리더십과 자율 배구, 두꺼운 선수층 등이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지난 7일 우승을 확정짓던 순간 리베로 유니폼을 입었던 레프트 곽승석의 공헌도가 컸다.
대한항공에 자력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위한 세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 삼성화재와의 리그 6라운드 맞대결이었다. 이 때 박기원 감독은 서브리시브 안정을 위해 곽승석을 리베로로 투입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바로 직전 한국전력전에서 서브 폭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주전 리베로 백광현이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제2의 리베로 김동혁도 마찬가지였다. 박 감독은 “광현이가 말 그대로 멘탈 붕괴가 됐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곽승석을 세웠다. 뒤에 승석이가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하라는 뜻이었다”면서 “결국 곽승석이 다했다.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곽승석에게 먼저 리베로로 뛰는 것에 대해 의사를 물었고, 곽승석은 팀을 위해 헌신을 택했다. 정지석이 선발로 출전하고 있는 가운데 곽승석도 뒤에서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두터운 신뢰를 보낸 박 감독이다.
곽승석은 지난 시즌에도 잠시 리베로로 출전한 바 있다.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FA로 풀렸던 곽승석이 잔류를 택한 이유 역시 팀의 우승을 위해서였다. 당시 곽승석은 “입단할 때부터 매년 우승후보였다. 다같이 고생해온 동료들과 우승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11시즌 곽승석이 프로 데뷔한 시즌에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가로막혔다. 이후에도 두 시즌 연속 힘겹게 챔피언결정전에 안착했지만 삼성화재의 벽을 뛰어넘지 못해 한이 됐다.
마침내 오래토록 기다린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곽승석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는 25일부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막이 오른다.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사상 첫 통합우승에 도전장을 낸 대한항공 그리고 곽승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