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 상암=이상완 기자] “추워? 날씨 시원하고 좋네.”
캐나다(11일) 우즈베키스탄(15일)과의 2연전을 앞두고 소집한 슈틸리케호의 훈련 첫 날인 8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 신태용(46) 코치의 한 마디에 선수들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신 코치의 말과는 달리 전날 비가 온 뒤 급격히 떨어진 날씨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권을 밑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겨울 한 가운데에 서있는 듯 했다.
쌀쌀하지 못해 매서운 날씨에도 슈틸리케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중무장해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도 따뜻하게 몸을 감싸고 선수들과 함께 등장했다.
선수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둥글게 모여 새로운 얼굴들을 환영하는 환영식을 가졌다. 그 주인공은 최근 대표팀 분석관으로 합류한 차두리(36)였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소개에 선수들에게 공식적으로 대면했다.
차두리가 인사를 건네자 박수가 나왔고 “막내다, 막내”라며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짓궂은 장난에도 차두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웃음으로 시작한 소집 첫 날 훈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선수들은 가볍게 달리기로 몸을 풀었다. 카를로스 아르모아 수석 코치(67‧아르헨티나)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대열을 갖춰 뛰기 시작했다. 그 틈 사이에는 차두리도 끼어 있었다.
차두리는 맨 뒤쪽 대열에서 골키퍼 권순태(32‧전북현대)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5바퀴를 소화했다. 멀리서 차두리의 뒷모습을 봤을 때에는 분석관이라기보다는 현역 선수처럼 보였다. 여전히 체력은 강력했다.
차두리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합류한 박주호(29‧도르트문트) 이정협(25‧울산현대) 등도 웃음꽃을 피우며 훈련에 열중했다.
달리기로 땀을 낸 대표팀은 기본 스트레칭으로 본격 전술 훈련을 준비했다. 차두리는 아르모아 수석코치 반대편에 서서 선수들을 응시했고, 간혹 선수들에게 따끔한(?) 목소리도 전달했다.
이어 대표팀은 세 그룹으로 나눠 본격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그룹은 패스 훈련으로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이때에도 차두리 분석관은 슈틸리케 감독 옆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패스 훈련을 하는 반대편 한 쪽 구석에서는 신태용 코치와 함께 4대4 미니 족구로 훈련을 소화했다. ‘맏형’ 수비수 곽태휘(35‧FC서울) 장현수(25‧광저우 R&F) 김신욱(28) 이재성(24) 김보경(27‧이상 전북현대) 등이 합류해 웃으면서 1시간 남짓한 훈련을 즐겁게 마쳤다.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발목 부상이 맞다”고 밝힌 손흥민(24‧토트넘)은 훈련에서 제외돼 동료들을 훈련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소집 첫 날 풍경으로만 본 대표팀은 굉장히 긍정적인 기운이 흘렀다. 차두리 분석관의 합류 때문인지는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런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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