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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 꺾은 시각장애인 유도선수 이정민, 리우올림픽은 내가 간다

왕기춘 꺾은 시각장애인 유도선수 이정민, 리우올림픽은 내가 간다

  • 기자명 이상완 기자
  • 입력 2015.04.29 09:24
  • 수정 2015.04.3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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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유도 -81kg급에 출전하는 이정민(25).

[STN=이상완 기자] 지난해 8월 여름, 전남 광주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2014 전국실업유도 최강전'에서 이정민(25, B2)이 한국 유도의 '간판' 왕기춘(27, 양주시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1kg급의 새로운 최강자가 탄생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전에 (김)재범이 형 파트너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재범이 형이랑 (왕)기춘이 형에게 많은 것을 배웠죠."

단순히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왕기춘을 꺾었다는 사실만으로 이정민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를 갖고 비장애 선수와 경쟁한 사실이 놀라웠다.

그는 시각장애 2급이다. 사물의 형체만 희미하게 인식할 정도이다. 왼쪽 눈은 시력이 없다. 오른쪽 눈은 약 1m 거리의 물체를 희미하게 볼 정도이다.

"어릴 적에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차츰 성장하면서 시력이 떨어졌어요. 고등학교 때 망막층간분리증이라는 병이라는 것을 알았죠. 의사 선생님이 불치병이라 수술 방법도 없다고 했어요. 너무 부끄러웠어요. 병을 숨기고 싶었죠"

▲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유도 -81kg급에 출전하는 이정민(25)이 이천종합훈련에서 훈련하는 모습.

이정민은 돋보기안경을 쓰고 다녔다. 그런 자신의 눈이 부끄러워했다. 체격까지 왜소해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유도였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우연히 특기 적성으로 시작한 유도가 재밌었다. 실력도 뛰어났다. 유도에 입문한 지 단 8개월 만에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아 실업팀까지 승승장구했다.

선수층이 엷은 시각장애인 유도에 이정민이 한 줄기의 빛이었다. 하지만 이정민은 자존심이 셌다. 장애인 유도를 멀리하고 싶었다.

"대학교 때부터 장애인 유도 관계자들이 '같이 해보자고' 연락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거절했어요. 난 내 눈을 숨기고 싶은데, 장애인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오픈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거절했죠. 비장애 대회에서도 메달도 따고 있었고, 자존심이 센 편이라."

그러나 이정민은 현실을 생각했다. 눈이 좋지 않은 탓에 비장애 선수들과의 경쟁에 한계가 있었다. 경기중에 남은 시간을 볼 수가 없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심판의 신호도 보이지 않아 경기에 패한 적도 많았다.

특히 국제무대에서도 비장애 -81kg급은 한국 유도가 최강이다. 국내만 보더라도 김재범과 왕기춘이 버티고 있다.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여있는 체급이다.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도 좁은 문을 통과하기가 벅찼다.

▲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유도 -81kg급에 출전하는 이정민(25)이 이천종합훈련에서 훈련하는 모습.

그래서 이정민은 생각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어려운 비장애 유도보다는 장애인 유도가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선수들의 꿈은 올림픽이잖아요. 현실적인 면을 많이 생각했죠. 비장애 체급에서 과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 '내년이 당장 올림픽인데'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했죠. 그래서 선택했어요. 올림픽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렇게 이정민은 지난해 11월 장애인 유도로 전향했다. 도복을 잡고 시작하는 시각장애인 유도에서 물 만난 물고기였다.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 2월 헝가리 시각장애인 유도 오픈대회 남자 81kg급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시각장애인 유도를 평정했다.

"첫 번째 목표는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이고요. 다음 목표는 비장애 대회에도 계속 출전하는 거예요"

이정민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번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서 메달 입상권에 들어야 한다. 이번 대회는 리우올림픽 출전 쿼터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 가능성이 크다. 시각장애인 유도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bolante0207@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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