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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할 때 만큼은 장애를 잊게 돼요"

"격투기 할 때 만큼은 장애를 잊게 돼요"

  • 기자명 이상완 기자
  • 입력 2015.04.25 00:29
  • 수정 2015.04.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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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TOP FC5 내셔널리그 밴텀급(-61kg)에서 장원준(30, 코리안 탑팀)은 약 1년 반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이날 장원준은 권세윤(주짓수 캠프)을 3라운드 심판 판정 2대1로 승리했다. 사진=TOP FC

[STN=이상완 기자] 서울 올림픽홀에서 종합격투기(MMA) 'TOP FC6' 대회가 열렸던 지난 5일. 비가 내린 4월 초 봄날은 냉기가 돌았지만, 올림픽홀만큼은 훈훈한 온기가 가득했다. 한 젊은 격투기 선수의 투혼과 열정, 감동이 얼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했다.

경기를 마친 장원준(30, 코리안 탑팀)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TOP FC6 내셔널리그 밴텀급(-61kg)에 출전해 권세윤(주짓수 캠프)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심판 판정 2대1로 장원준의 승리. 프로 데뷔 후 2승째를 거뒀지만, 그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승리자의 여유보다 아쉬움이 진하게 풍겼다.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아요. 평상시 연습하던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긴장 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움직임도 굳어 있었어요. 그래서 힘들었던 같아요. 시합 끝나고 부모님께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도 이제 시작인데 계속해야죠. 다음 목표는 3승입니다. (웃음)"

▲ 선천성 장애로 오른손 손가락 마디가 없는 격투기 선수 장원준(30, 코리안 탑팀).

◆선천적 장애…그리고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장원준의 오른손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손가락 마디가 없다. 어머니가 그를 임신한 줄 모르고 진통제를 복용했다. 약이 독한 나머지 그의 오른손이 녹았다.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불편함을 몰랐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 보였다. 불편하고 무서웠다. 상처도 수없이 받았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잠깐 원망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일부러 약을 먹으신 게 아니잖아요. 어머니가 많이 미안해하셨죠."

친구들의 놀림에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체격이 왜소했던 장원준이 주로 맞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싸우고 온 날에는 가족들도 힘들어했다.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 소심해졌고, 말수도 줄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손을 감추다 보니 마음까지도 감추게 됐다.

"학창 시절에는 손 때문에 굉장히 내성적이었어요. 손을 빼고 다니면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감추고 다니면 자신감이 생겼어요. 마음도 편했고요. 그래서 긴 팔을 자주 입고 다녔죠."

▲ 지난 5일 TOP FC5 내셔널리그 밴텀급(-61kg)에서 장원준(30, 코리안 탑팀)은 약 1년 반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이날 장원준은 권세윤(주짓수 캠프)을 3라운드 심판 판정 2대1로 승리했다. 사진=TOP FC

◆인생을 바꾼 격투기…녹록지 않은 거친 세계

아무 생각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던 장원준은 TV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고등학생 시절, 당시 인기였던 K-1과 프라이드의 경기를 본 것이다. 그 순간 눈이 번쩍였다. 격투기 선수라면 남들보다 강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후 늘 마음속에는 격투기가 있었다. 대학 진학 뒤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혼자 운동하기에는 벅찼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남자라면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학창시절 많이 괴롭힘도 당했고요.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서울 가서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부모의 반대는 심했다.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었다. 부모의 반대를 뿌리치고 2011년 가을 혈혈단신으로 서울로 상경했다. 코리안 탑팀 체육관 근처 고시원을 얻어 운동을 시작한 장원준의 격투기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스파링 할 때도 상대 주먹이 얼굴에 닿기도 전에 얼굴을 숙이고 그랬죠. 정말 어려웠어요."

장원준은 글러브조차 혼자 끼는 것이 어렵다. 프로 선수들은 대게 오픈핑거글러브를 착용한다. 장원준은 손가락이 없는 탓에 밴디지로 고정해야 한다. 당연히 근력이 약해 힘이 떨어진다. 그라운드 기술에도 약했다. 난관에 부딪혔다.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과 연습만이 살길이었다.

▲ 지난 5일 TOP FC5 내셔널리그 밴텀급(-61kg)에서 장원준(30, 코리안 탑팀)은 약 1년 반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이날 장원준은 권세윤(주짓수 캠프)을 3라운드 심판 판정 2대1로 승리했다. 사진=TOP FC

"불리한 점이 많죠. 그라운드 기술에서는 상대방을 잡아야 하는데, 잡을 수가 없어요. 밴디지로 손을 고정하다 보니 손목이 자유롭지 않아요. 불편한 자세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체력과 힘을 키우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장원준은 격투기 선수로서의 모습을 서서히 갖추어 갔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력을 쌓으며, 자신만의 노하우와 스타일을 만들었다. 마침내 지난 2013년 12월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그러나 데뷔전에서 프로 첫 승을 올렸지만, 왼손 골절 부상을 입는 시련이 찾아왔다.

"프로 데뷔전이 인생의 가장 기뻤던 날이자 고비였어요. 타격 자세가 좋지 않아 왼손 중수골이 부러져 수술했죠. 많이 걱정했어요. 예전만큼의 손을 쓸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컸죠. 그래도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오히려 운동을 못할까봐 두려움이 있었죠. (웃음)"

◆1년간의 재활, 재기전…또 다른 목표

좌절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악착같이 재활에만 몰두했다. 피나는 재활 끝에 80~90% 상태로 돌아왔다. 예전만큼의 완벽은 아니었지만, 장원준은 만족했다. 다시 프로선수로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약 1년 반 만에 케이지에 올랐다. 장원준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선수를 밀어붙였다.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테이크다운에 이은 그라운드 기술에 고전했다. 위기에 몰렸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2라운드부터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킥과 펀치, 난타전까지 불사했다. 결국, 심판 판정으로 승리. 프로 전적 2전 2승 무패가 됐다. 한계를 뛰어넘은 값진 1승이다.

장원준은 두 가지의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로망인 UFC 선수가 되는 것. 둘째는 자신만의 체육관을 차려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 지난 5일 TOP FC5 내셔널리그 밴텀급(-61kg)에서 장원준(30, 코리안 탑팀)은 약 1년 반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이날 장원준은 권세윤(주짓수 캠프)을 3라운드 심판 판정 2대1로 승리했다. 사진=TOP FC

"현재 코리안 탑팀 오산점에서 MMA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름을 많이 알려서 체육관을 차리고 싶어요. 그리고 최종 목표는 UFC 진출이에요. 아직 새내기이고, 나이는 많지만…TOP FC 챔피언이 되고 난 후, 원했던 UFC로 진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꿈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장애인으로서 쉬운 길이 아니잖아요. 험한 길이고, 더 힘든 길이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어려운 분들께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장원준은 운전면허증만 6개 이상을 취득했다. 대형면허부터 특수차량, 중장비 면허까지. 그렇게 장원준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링네임은 '헬보이'다. 영화 속 헬보이는 큰 오른손으로 어둠의 무리에 맞서는 히어로다. 장원준도 조금 불편한 오른손을 갖고 태어났지만, 그의 오른손이 가장 크고 강력하다는 의미에서다.

bolante0207@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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