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상우에게 ‘톱클래스’로 가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겁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29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조상우에 대해 언급했다. 선발투수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중간에서 잘 하는데 뭐하러 선발을 시키느냐”며 웃으며 반문했다. 이어서 “선발이건 중간이건 마무리건, 톱 클래스면 똑같다. 나는 상우가 가장 빨리 톱클래스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2013년 1차 1라운드에 넥센에 입단한 조상우는 올 해, 시범경기부터 150km/h를 던지며 주목을 받았다. 4월 1일 첫 등판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 구원승을 따냈다. 13일 한화전부터 29일 두산전까지 8⅓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30일 현재까지 13경기에 나와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60으로, 넥센 필승조의 든든한 한 축을 맡고 있다.
선발투수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넥센은 현재 나이트와 밴 헤켄 이외에는 확실한 국내 선발 카드가 없다. 조상우를 선발로 써보고 싶은 유혹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조상우는 우리 팀이 6회부터 승부를 걸 수 있게 하는 카드다. 잘 던진다고, 선발이 구멍 났다고 선발로 돌리면 중간도 무너진다. 그리고 선발이랑 중간은 엄연히 다르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며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조상우의 멘탈은 중간, 마무리에 가깝다. 구위보다 멘탈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 160km/h 던지는 투수들 많은데 세이브 한번 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가. 물론 선발로 가도 잘 할 수 있겠지만 중간에서 이미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이 선수가 톱 클래스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중간이다. 굳이 돌아갈 필요 없다”며 확신했다.
염 감독의 말대로 불펜에서 잘하다가 선발로 나서면 못하고, 선발로는 잘 던지다가 중간에 나가면 실력 발휘를 못하는 투수들은 수두룩하다. 반대로 중간에서는 못했는데 선발로 나오니 잘 던지고, 선발일 때는 그저 그랬지만 중간에 나와서 성공한 선수도 많다. 조상우는 선발은 해보지 않았지만 중간에서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자신에 맞는 옷을 바로 찾았는데 굳이 다른 옷을 입어 볼 필요가 없다는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조상우는 29일 경기에서도 5회부터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발 나이트가 흔들리자 지체 없이 투입됐고, 승계주자를 한명도 들여보내지 않았다. 과연 그가 염 감독의 바람대로 국내 최고 중간 투수의 계보를 이을 만한 투수로 쭉쭉 성장할지 기대가 모인다.
[사진. 뉴시스]
잠실=한동훈 기자 / dhhan@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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