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질링엄)영국=이형주 특파원]
하루하루,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어땠을까, 내가 그 때 널 잡았더라면”. 인기 가수 박정현 씨가 피처링한 유명 가수 싸이 씨의 노래 ‘어땠을까’의 가사 한 대목이다. 이는 가요계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닌 축구계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1998/99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 하 트레블을 이룩한 시즌이다. 맨유가 잘 나가던 그 시절,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는 3부리그에 머물러 있었다. 3부리그에서도 풀럼 FC, 왈솔 FC에 밀려 3위를 기록한 그들은 2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결승까지 다다른 맨시티의 상태팀은 질링엄 FC. 양 팀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후반 42분까지 맨시티는 지옥 속에 있었다. 0-2로 밀리고 있던 맨시티는 이대로라면 3부리그 잔류가 유력했다. 케빈 할록의 골로 1-2를 만들었지만, 경기 종료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스트라이커 폴 디코프가 팀을 구해냈다. 디코프는 후반 49분 상대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맨시티는 승부차기 끝에 우승, 2부리그로 향하게 된다.
맨시티는 기세를 몰아 1999/00시즌 2부리그 2위로 EPL 승격에 성공했다. 그 이후는 잘 알려진 대로다. 탁신 구단주 아래서 투자를 하는 클럽으로 변모한 맨시티는 2008년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가 취임하며 빅클럽으로 도약하게 됐다. 2016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취임한 이후에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클럽으로 성장했다.
반면 질링엄은 어떨까. 추가 시간 단 1분 만 버텼다면 현재 EPL에서 뛰고 있는 클럽이 질링엄이 될 수도 있었다. 질링엄은 현재도 3부리그에 해당하는 리그 원에 머물고 있다. 질링엄이 승격해서 EPL 붙박이 클럽이 됐을 수도 있다. 모를 일이다. 양 클럽의 위상 차이가 디코프의 단 한 골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운명은 너무나 아이러니한 것이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이 운명이다. 때로는 너무도 싫은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운명이다. 운명은 사람을 구렁텅이로 빠트리기도 하며, 하늘 위로 올려놓기도 한다.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질링엄이 올라갔다면 현재의 맨시티는 존재할까. 물론 맨시티가 더 큰 성공을 이뤄냈을 수도 있지만 현재보다는 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그 때 널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역사의 아이러니다.
◇1998/99시즌 잉글리시 리그 원(3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 (득점 시간, 득점자)
맨체스터 시티(후반 45분 케빈 할록, 후반 49분 폴 디코프) 2 vs 2 질링엄 FC(후반 36분 칼 아사바, 후반 42분 로버트 테일러)
*승부차기 3-1 맨시티 승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질링엄/프리스트필드 스타디움), 이형주 기자(영국 맨체스터/이티하드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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