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런던)영국=이형주 특파원]
아스널 FC의 완패는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스널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메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아스널 입장에서 참패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기였다. 전반 1분부터 케빈 데 브라위너에게 강력한 중거리슛 실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에만 0-3으로 밀렸다. 뒤진 채 맞은 후반에도 변화는 없었다. 공 가진 맨시티 선수들의 펀치에 얻어맞는 것이 아스널 선수들의 현실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EPL을 양분하던 팀이 이렇게 몰락했다. 물론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질적 하락도 원인이지만, 아스널 수뇌부의 무능을 꼬집을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코치 인선 문제다.
아스널은 지난 11월 29일 우나이 에메리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다. 에메리 감독이 성과와 경기력 모두 잡지 못하고 있었기에 경질까지는 타당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아스널은 에메리 경질 후 프레드리크 융베리를 임시 감독으로 발탁했다. 이후 3주 차인 지금까지 아무런 지원 없이 팀을 방치 중이다.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만 봐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곧바로 주제 무리뉴 감독을 선임했다. 경질을 염두에 두면서 차기 감독을 물색했고, 바로 새 감독을 불러와 혼란을 최소화시켰다. 하지만 아스널은 다르다. 성적이 부진하니 경질하고, 그제서야 새 감독을 찾는다. 이러니 팀이 잘 굴러갈리 만무하다.
아스널이 에메리 감독 선임 실패 이후 감독 선임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하자. 그래도 현재 아스널 수뇌부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다. 새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면 그 기간 동안 팀을 지탱하고 있는 융베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융베리의 감독 능력과는 별개로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팀을 위기에서 구할 방도 아닐까.
하지만 아스널은 정반대에 행보를 걷고 있다. 현재 융베리는 페어 메르데자커 코치를 제외하고는 자신들을 도와줄 1군 코치도 없는 상태다. 스포츠 외적 업무를 제외한 내적 업무서는 사실상 두 명이서 1군 선수단을 모두를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코미디다. 오죽하면 지난 13일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융베리가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면대면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긍정적인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융베리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식 코치 선임이 어렵다고 한들, 그를 도울 최소한의 방법은 마련해줘야하는 것이 팀의 책임 아닐까. 경기당 수당으로라도 코치 충원을 해주는 일 등을 왜 고려하지 않을까. 책임감 없는 아스널 수뇌부의 무능에 팀은 참패를 거듭하며 몰락하고 있다. 아스널 레전드 융베리도 지도자 인생의 처음을 자신이 사랑했던 팀 때문에 완전히 망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total87910@stn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