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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강상우, ''만개를 준비하는 꽃 봉오리처럼''

경희대 강상우, ''만개를 준비하는 꽃 봉오리처럼''

  • 기자명 김태경
  • 입력 2013.05.24 18:50
  • 수정 2014.11.1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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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붉은 전사들의 4강 신화를 보며 축구선수에 대한 꿈을 키우던 한 소년은 정확히 10년 뒤인 2012년, 청소년 대표로서 왼쪽 가슴에 호랑이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 위에 섰다. 2012 AFC U-19 챔피언십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2012 KFA 시상식 남자대학선수 부문 최우수 선수상까지 차지한 이 선수. 경희대학교 강상우다.

“제가 인터뷰를 많이 안 해봐서요…” 포털사이트에 강상우라는 이름을 치면 꽤 많은 기사가 나오기에 당연히 인터뷰에 능숙한 선수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강상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도 찍어야 한다는 얘기에 “아 정말요? 어, 어떻게 찍어요?”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수줍음이 많은 선수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인터뷰 후 보게 된 그의 화보 속에는 전혀 그런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어색함을 풀어줄 기자의 능력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파란만장했던 축구인생

강상우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축구를 시작했다. 보통의 선수들이 초등학교 2~3학년 때 운동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중학생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사실 초등학생 때는 월드컵을 보면서 막연히 ‘아 축구 하고 싶다’ 정도였어요. 그러다 중학생이 되니까 너무 간절해졌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서 동네에 있는 재현중학교에 테스트를 보러 갔고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초등학교에서 기본기를 익히고 중학교에 올라온 상황 속에서 강상우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감독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그에게 많은 힘을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가장 감사한 분은 당시 재현중학교 코치선생님이셨던 이민석 선생님입니다. 늘 자신감 있게 하라고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지금도 운동을 하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연락도 드리고 찾아뵙기도 해요”

조금씩 축구선수로 적응해 나가던 강상우는 중학교 3학년 추계대회에서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당시 재현중은 1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강상우는 그 대회에서 4골을 넣었고 그중 2골은 결승전에서 터졌다. 큰 대회에 강한 자신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유망주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프로필 상 재현고를 졸업했지만, 처음에는 중경고에 입학했었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되었고 2학년 때에는 전국대회 우승, 준우승, 서울시 대회 우승 등의 성과를 이루며 중경고의 에이스로 급부상하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멘토인 중학교 선생님들을 찾아갔고 선생님들의 제안에 따라 재현고로 전학을 갔다. 고2 중순의 일이었다.

다사다난한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그는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12학번이 됐다. 지난 한 해 대학생활이 궁금했다.

“예전부터 대학은 꼭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1년이라도 대학축구를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경희대를 택한 이유요? 사실 저는 오래전부터 경희대 아니면 연세대를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세대보다는 경희대에서 저를 적극 원했고 저를 더 원하는 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경희대를 택하게 됐습니다”

대학생활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입학한 대학이었지만 그의 생각보다 대학축구는 녹록치 않았다. 계속되는 소집에 학교에 적응할 새도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고등학교 때랑 모든 것이 달랐어요. 전반적인 축구스타일이나 압박, 선수들의 피지컬 등 하나도 적응이 안 됐고 혼란스러웠어요. 정말 제가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대표팀 소집 때문에 스페인에 갔다 온 이후부터는 이상하게 축구가 잘 되더라고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점차 팀 분위기에도 적응이 됐어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힘들었지만 제가 선수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작년 한 해 경희대의 경기에서 강상우의 모습은 그리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 연이은 대표팀 소집 때문이었다. 경희대 팀 동료들에게 미안할 법도 했다. 그는 특히 작년 전국체전 결승전을 동료와 함께할 수 없었던 것을 가장 미안해했다. 경희대는 한남대와의 결승전에서 패하며 4년 만에 도전한 전국대회 금메달을 아깝게 놓치고 말았다.

“제가 경기를 뛰었다고 결과가 뒤집혔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경희대 동료들에게 도움이 못 된 것이 너무 미안해요”

‘강상우’ 세 글자를 각인시키다.

경희대 선수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한 해였을지도 모르지만 2012년은 강상우에게 잊을 수 없는 해였다. 2012 AFC U-19 챔피언십에서 대한민국이 8년 만에 우승하던 그 순간. 강상우도 경기장 위의 붉은 전사 중 한 명이었다.

특히 준결승전이었던 우즈벡과의 경기는 ‘강상우를 위한 게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 2골을 몰아넣고 패널티킥까지 얻어내며 그야말로 ‘원맨쇼’를 선보였다. 사실 준결승 전 이전까지 그는 공격 포인트를 단 하나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왼쪽 사이드는 계속해서 선수들을 바꿔 기용되었지만, 오른쪽 사이드는 강상우가 붙박이로 버티고 있었다. 예선 마지막 한 경기를 빼고는 풀타임 출장 중이었다. 강상우는 이광종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매 경기 계속 기회가 왔었는데 골이 안 터지니까 마음이 조급해 졌어요. 그러다가 우즈벡전은 정말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골이 터지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차면 다 들어갈 것 같았어요. 두 골 다 발리슛으로 골을 넣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중요한 경기에서 유난히 발리슛에 많이 성공했네요!(웃음)”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이라크와의 결승전. 중동 관중들의 압도적인 응원 속에 만 19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은 발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투혼’을 마음속에 품고 경기를 뛰었다. 선취골을 내주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전을 두드렸고 결국 경기 종료 직전 동점 골이 터졌다.

“처음에는 경기를 뛰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취골을 내줬는데도 질 것 같지 않았어요. 그리고 정말 이겼죠(웃음).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우승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 대회가 끝나고 강상우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연말 KFA 시상식에서 남자대학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게 되었다. 그의 축구인생 중 첫 MVP였다. 수상소감을 묻자 “다른 대학 선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

“작년에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다른 4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상을 받았다는 생각에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 받는 상이 너무 큰 상이라 많이 어리둥절했어요. 사실은 아직도 제가 그런 상을 받았다는 것이 안 믿겨요. 앞으로 축구를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는 꽃봉오리이다.

강상우를 아는 축구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의 ‘성실함’을 칭찬한다. 실제로 그의 하루는 늘 철저한 계획 속에서 움직인다. 가령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은 새벽 운동을 한 뒤 오전 수업에 들어간 후 보강운동을 한다. 그리고 팀 스케줄에 맞춰 운동을 한 뒤 밤에는 개인 운동도 철저히 한다. 수업이 없는 날은 주로 교내 재활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얼마 전에 다친 발목이 아직 좋지 않기 때문이다. 큰 부상을 입은 적은 없지만 작은 부상인 잦은 편. 대학에 온 후부터는 교내 재활센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부상도 특유의 성실함으로 극복해 나가는 듯 보였다.

또한, 강상우는 겸손하다. “장점이 뭐에요?”라는 질문에 그는 “자랑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아요” 라며 말끝을 흐렸다.

“장점이라면 열심히 뛰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장점이 많지 않은 선수기 때문에 열심히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AFC 대회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길 바라지는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대회가 끝나니까 생각보다 많이 주목을 받는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단점이요? 힘이 약한 것이요. 사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붙어요. 웨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제가 정말 잘 먹거든요? 그런데 도무지 살이 안 쪄요”

많은 이들의 목표가 ‘다이어트’인 이 시대에 조금은 부러운 푸념같이 들리기도 했지만 피지컬이 중요한 운동선수에게는 정말 큰 고민거리일 법도 했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러 대학스포츠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여러분 대학축구 많이 보러 와주세요. 선수들은 정말 여러분들이 경기장에 오시는 것만으로도 더 흥이 나서 공을 찰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관심 가져주시면 더욱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이 한국 축구의 발전의 힘이 되실 수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시를 아는가? 이 시에는 이러한 문구가 나온다.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강상우와 인터뷰를 하며 이 시가 떠올랐다. 아직 어리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선수인 그를 ‘꽃봉오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성실하고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그가 언젠가는 대한민국 축구계를 이끌어나갈 선수로 꽃 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현재 그의 가장 큰 목표는 6월에 열릴 2013 터키 U-20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다. U-20월드컵의 최고기록인 4강의 기록을 깨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대표팀 소집 이전에는 U리그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단기적,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강상우. 몇 년 뒤 이맘때쯤, 축구선수 강상우의 꽃이 만개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및 기사제공.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김태경 객원기자 / sports@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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