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스포츠(인천)=이상완 기자]
한국 남자 럭비(7인제)가 사상 첫 내년 도쿄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국내에 럭비가 도입된 지 1923년 이후 96년 만이다.
서천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7인제 럭비 대표팀(세계랭킹 31위)은 24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럭비 아시아 지역예선'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강국인 홍콩을 연장전 승부 끝에 12-7로 꺾고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얻었다.
한국 럭비 역사상 첫 올림픽행이다.
아시아 중에서도 변방국에 가까웠던 한국 럭비가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협회 지원과 코치진, 선수들 간의 완벽한 삼위일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성적은 반신반의였다. 아시아 최강국 중 하나인 일본이 올림픽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해 예선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홍콩 중국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180도 달랐다. 중심에는 대한럭비협회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협회는 당초 홍콩에서 올림픽 예선을 치르기로 했던 것을 이상웅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국내 인천 개최로 이끌었다. 그라운드 상태와 기후 영향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종목 특성상 홈 어드밴티지는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대만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홍콩 등 참가국 대부분이 열대 기후 국가인 것을 고려하면 절기상 겨울에 접어든 국내 개최는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승을 차지한 후 협회 관계자들과 기쁨을 나누던 이상웅 회장은 "사실 대회를 홍콩에서 치르기로 한 것을 국내 개최에 올인했다. 협회 전 직원과 선수단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번 대회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결과"라고 감개무량했다. 특히 최종 엔트리 12명 전원이 진천선수촌에서 함께한 훈련 시간은 짧았다. 단기전에서는 상대 팀에 대한 정보력 싸움인데, 서천오 감독은 협회에 외국인 코치 합류를 요청했고, 이를 협회가 수용하면서 2주 남짓 않은 시간 동안 선수단에 큰 힘이 됐다.
외부적인 환경은 협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코치진과 선수들은 대회에만 집중했다. 서천오 감독은 예선과 결선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중요한 고비에 투입하는 용병 교체술은 탁월했다. 선수들도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조직력은 단단해졌고, 투지와 자신감은 상승했다. 4강전과 결승전에서 패색이 짙던 경기 종료를 앞두고 막판 동점과 연장 역전까지 만들어낸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서천오 감독(국군체육부대)은 "정말 감개무량하다. 짧은 기간이지만, 원팀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협회의 서포트도 적극적이었다"면서 "올해 세븐스 시리즈 성적이 좋지 않아 중국전(4강)이 고비였는데, 올림픽을 위해서 하나가 된 것이 우승을 할 수 있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인천)=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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