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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르포] 올림픽행은 좌절됐을지언정, 우리의 女하키는 끝나지 않았다

[ST&르포] 올림픽행은 좌절됐을지언정, 우리의 女하키는 끝나지 않았다

  • 기자명 이형주 특파원
  • 입력 2019.10.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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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린 뒤 경기를 정리하는 하키 대표팀
눈물을 흘린 뒤 경기를 정리하는 하키 대표팀

[STN스포츠(발렌시아)스페인=이형주 특파원]

올림픽행은 좌절됐을지언정, 우리의 하키는 끝나지 않았다

임계숙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세계랭킹 12위)은 26일(한국시간)과 27일 양일에 걸쳐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베테로에서 열린 스페인 여자하키대표팀(세계랭킹 7위)과의 2020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 1,2차전 경기에서 각각 1-2, 0-2로 패배했다. 대표팀은 이번 2연패로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번 우리 대표팀과 스페인 대표팀과의 대결을 압축할 수 있는 말이다. 현재 우리는 하키 협회에 등록된 선수풀이 1,500명 남짓하다. 한 도시에서만 해도 수천명의 하키 선수풀을 자랑하는 스페인과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다. 

팀 수도 차이가 확연하다. 우리 여자하키는 실업팀 6개에 대학팀 5개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대표팀을 구성한다고 보면 된다. 도시 하나 꼴로 팀이 존재하는 스페인을 비롯한 하키 선진국들과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여자 하키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16 리우네자네이루 올림픽까지 8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했다. 이번에도 최종 관문까지 갔고 스페인과 한 장의 티겟을 두고 다퉜다. 기적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어려웠다. 

이번 대진은 이미 결정된 5개국을 제외한 7개국의 추가 참가국을 가리기 위해 열렸다. 14개 팀이 최종 예선에 참여하는데 상위 랭킹 7개국서 한 팀, 하위 랭킹 7개국서 한 팀씩 2개국씩 짝을 지어 한 장을 티켓을 두고 겨루는 방식이다. 경기는 두 경기에 걸쳐 진행되며 상위 랭킹 국가에서만 열리는 방식이었다.

선수단은 “스페인만 걸리지 않게 빌었어요”라고 말했지만, 운명은 가혹했다. 우리는 최종 예선에서 스페인을 조우하게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에 은메달을 선사했던 역전의 용사이자 레전드 임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각 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이 선별됐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던 김종은, 김영란 선수 등 베테랑도 다시 대표팀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죽도록 연습을 했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우한 스페인을 넘기 위해 국내 훈련은 물론 아일랜드 전지 훈련을 통해 벨기에, 아일랜드와 맞붙으며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26일 열린 첫 경기, 경기가 열리는 에스타디오 베테로에는 스페인 관중들이 가득찼다. 붉은 색으로 무장한 스페인 관중들은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우리 대표팀이 공을 잡을 때는 야유도 나왔다. 

우리 대표팀은 스페인의 일방적인 응원과도 싸워야 했다
우리 대표팀은 스페인의 일방적인 응원과도 싸워야 했다

모든 환경이 도와주지 않았음에도 우리 대표팀은 1차전 선전했다. 장희선의 득점으로 선취골까지 뽑아냈다. 하지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공이 발에 맞아 파울이 선언돼야 했지만, 그대로 인플레이 상황으로 이어졌다. 실점 후 선수들의 표정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분위기를 내준 우리 대표팀은 결국 1차전은 1-2로 내줬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임 감독은 “1차전을 복귀해 2차전 승리를 이뤄내겠습니다”고 역설했다. 

주장 안효주의 말은 하키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안 주장은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해요. 우리나라에서 하키는 비인기 종목입니다. 관심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노출이 절실한데 (올림픽 좌절로) 그것마저 안 되면, 하키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죽기살기로 뛰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선수단의 다짐은 사실이었다. 2차전에도 선수단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이상한 판정에도 굴하지 않았다. 0-2로 뒤지며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하키 채를 들고 전력질주를 했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기뻐하는 스페인 선수들과 달리 우리 선수단은 눈물 바다가 됐다. 선수들은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이를 보는 코칭 스태프들의 마음은 찢어 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표팀을 견실히 이끈 임계숙 감독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표팀을 견실히 이끈 임계숙 감독

이 과정을 지켜본 대표팀의 김용수 코치는 "실업팀 6개, 대학팀 5개 정도의 인프라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딛고 일어서 우리 하키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말도 불가능에 가까운 환경에서 이뤄낸 8회 연속 올림픽 진출. 9회 연속 올림픽에도 문턱까지 다가갔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낸 위업만으로도 박수받기 충분한 여자 하키다. 

올림픽은 좌절됐지만, 한국 여자하키가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여자하키의 역사는 또 다시 시계를 따라 흐를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만들어질 역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느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느냐는 것이다.

선수들은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좌절을 경험했고 대표팀의 막내뻘로 하키의 미래인 강수영의 다짐에서 이를 느낄 수 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인 강수영은 "지금까지 저희가 정말 열심히 훈련했는데 아쉬워가지고. 올림픽에 꼭 가고 싶었는데…"라고 얘기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다음번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그 때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하키가 비인기 종목인데 저부터 열심히 해서 인기 종목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 같아요. 접하기 쉬운 종목은 아닌데 열심히 해서 팬 분들께서 찾아주실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점점 스포츠가 과학화, 체계화되면서 정신력만으로 전력 차를 극복하는 일은 드문 일이 있다. 이제는 지원이 있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키도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 쇠막대기로 무장한 채 총을 든 상대와 맞설 수는 없는 법이다. 

여자 하키의 현재와 미래. 안효주 주장과 강수영
여자 하키의 현재와 미래. 안효주 주장과 강수영

하지만 재정적인 지원보다도 여자 하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것은 팬들의 관심이다. 팬들의 관심 속에서 모든 것이 선순환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 번 올림픽 은메달 신화 혹은 그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이번 올림픽 최종 예선은 태극낭자들의 눈물로 끝이 났다. 하지만 한국 여자하키의 레이스는 최종 예선을 출발점으로 다시 시작한다. 우리의 하키는 끝나지 않았다. 

사진(스페인 발렌시아/에스타디오 베테로)=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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