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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유럽레터] 페루자 안정환, 찬란히 빛났던 판타지스타

[이형주의 유럽레터] 페루자 안정환, 찬란히 빛났던 판타지스타

  • 기자명 이형주 특파원
  • 입력 2019.10.16 07:50
  • 수정 2019.10.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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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페루자 박물관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안정환(우측 상단)
AC 페루자 박물관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안정환(우측 상단)

[STN스포츠(페루자)이탈리아=이형주 특파원]

페루자 안정환(43), 찬란히 빛났던 축구스타가 있다.

판타지스타(Fantasista). 포지션을 불문하고 기술적이고 환상적인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키는 축구 스타를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도 판타지스타를 보유한 적이 있다. 

지난 2002년 5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을 한 달 여 앞둔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코틀랜드 대표팀과 평가전을 벌였다. 윤정환의 패스를 받은 판타지스타 안정환은 환상적인 칩샷으로 스코틀랜드의 골망을 가른다. 판타지스타의 전형을 보여준 그는 한 달 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전 골든골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가 펼쳐진 지 17년이 흘렀다. 한일 월드컵의 영웅이자 한국의 판타지스타인 안정환은 최근 JTBC의 <뭉쳐야 찬다>를 통해 예능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물론 축구인의 길도 진중히 걷고 있다. 그는 지도자 연수, MBC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며 한국 축구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길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한국 축구에 이바지할 길을 찾고 있는 안정환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한국 축구에 이바지할 길을 찾고 있는 안정환

예능인으로도 활약하면서 너무나 유쾌하고 친숙해진 그다. 하지만 유쾌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가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특히 2002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그 반작용으로 걷지 않아도 됐을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던 그다. 한국 축구는 그에게 빚을 졌다. 

이탈리아의 행정구역은 주, 도, 코무네 순의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주는 우리나라로 치면 도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이다. 충청북도, 충청남도 등 우리나라의 도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주 역시 일정 이상 면적은 물론 상당한 인구를 보유한다. 

이탈리아의 중심에는 움브리아주가 위치해 있고 그 곳의 주도는 페루자다. 바로 그 페루자에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AC 페루자 칼초가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AC 페루자 칼초의 박물관에 안정환의 사진이 있다. 어떤 연유일까.

안정환은 데뷔 이후 K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이어갔다. 1999년에는 사상 최초의 비우승팀 MVP로 선정되는 등 K리그를 폭격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 당시 세리에 A 소속이던 페루자 AC로 이적했다. 

당시 세리에 A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리그였다. 로베르토 바조(52), 파울로 말디니(51), 하비에르 사네티(46), 크리스티안 비에리(46) 등 스타들의 집결지였다. 그 무대에 안정환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세리에 A리거. 한국인들의 세리에 A 도전에 길을 연 셈이다. 

물론 초반 적응은 쉽지 않았다. 명단 제외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탈란타 BC전 득점을 시작으로 서서히 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기술과 능력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늘어갔다. 그렇게 안정환은 두 시즌 간 인종차별 등 외부 악조건과도 싸우며 성과를 만들어나갔다.

AC 페루자 홈구장 레나토 쿠리
AC 페루자 홈구장 레나토 쿠리

페루자 소속으로 2002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나라의 명예를 드높인 그다. 하지만 오히려 그 일이 안정환을 발목을 잡게 됐다. 안정환은 KBS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을 통해 그 때의 상황을 담담히 풀어낸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따르면 2002 월드컵 이후 페루자의 구단주로 괴짜로 통했던 루치아노 가우치(80)는 “그를 키워준 이탈리아에 해악을 끼쳤다. 안정환은 페루자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자국 대표팀의 탈락에 화가 난 일부 팬들이 그의 차를 파손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본인만이 아닌 가족들의 신변을 생각해야 했던 안정환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는 그가 이탈리아 무대를 떠나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계약 문제가 겹치며 안정환의 발이 묶이게 된다. 페루자는 실력과 상품성 다각도로 고려해 임대 신분이던 안정환의 완전 이적 옵션을 발동했다. 하지만 원 소속팀 부산은 옵션 행사 기한이 이미 지났다. 이에 이는 무효다라고 전했다. 선수 안정환에게는 악재였다. 

당시 안정환의 에이전트는 블랙번 로버스 등과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단 간의 갈등 속에서 안정환의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페루자가 FIFA에 낸 소유권 소송서 패해 35억이라는 큰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 책임까지 안게 됐다. 이로 인해 안정환은 당시 이 금액을 내겠다고 나선 일본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안정환은 기획사가 낸 위약금을 변제하기 위해 초상권 관련 활동을 하면서도 J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FC 메스, MSV 뒤스부르크 등 타 유럽팀에서도 활동하게 됐다. 하지만 28세의 황금기를 놓쳐버린 것은 그에게도 한국 축구에도 두고 두고 한으로 남을 일이 됐다. 

결과적으로 안정환의 인생의 물줄기를 안 좋은 쪽으로 돌린 페루자지만, 아직 그를 기억하고 있다. 페루자는 박물관에 특정 시기마다 기록할만한 일, 사진, 물품 등을 보관하고 있다. 그 곳에 안정환의 사진이 있다. 

박물관의 또 다른 페루자 레전드 젠나로 가투소(좌측 상단)
박물관의 또 다른 페루자 레전드 젠나로 가투소(좌측 상단)

박물관의 안정환은 특유의 수려한 외모에 밝은 미소로 홈 유니폼을 입고 있다. 페루자 구단 역시 “(2000/01시즌은) 한국인 안정환이 뛰었던 시즌으로 특기할 수 있다”고 소개글을 달았다. 

안정환에 대한 극찬이 아닐지언정 언급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1905년 창단 이후 젠나로 가투소, 마르코 마테라치 등 수많은 스타들이 지나간 이 팀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가 페루자에 남긴 임팩트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클럽팀도 물론이지만, 국가대표팀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선수. 하지만 이후 그로 인한 피해를 감내해야 했던 선수. 하지만 이를 불평하지 않고 오롯이 감내했던 선수. 

빚을 진 쪽은 한국 축구지만, 오히려 그 빚을 갚고자 하는 것은 안정환이다. 안정환은 해설 경험, 지도자 경험, 방송 경험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또 다시 한국 축구에 이바지할 길을 찾고 있다. 

사진(페루자/이탈리아)=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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