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길 수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지략 대결 속에서 철저한 상대 분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래서 준비했다. 박경훈 전주대학교 교수와 함께 전술을 집중 분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월드컵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원정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앞선 두 차례 평가전에서 3백 시스템을 실험했다. 호주전에서는 빌드업의 문제, 조지아 전에서는 수비적인 문제를 보이며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경기에서 어떤 포메이션을 사용할지 주목을 받았다. 벤투는 부임 후 17경기 동안 9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4-1-4-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밀집 수비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투르크메니스탄은 낮은 위치에서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였다.4-2-3-1 형태로 1차 압박라인을 하프라인 지점부터 설정하고 지역 방어를 펼쳤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측면 선수들이 최종 수비라인에 내려오며 5백을 형성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슈퍼리그에서 7경기 8득점과 4도움을 올리며 밀집 수비를 공략할 자원으로 기대를 모은 김신욱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압박 지점이 낮았기 때문에 한국은 자연스레 하프라인에서 빌드업을 시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은 이전 경기들처럼 센터백 사이에 내려와서 3백을 형성하는 빌드업 형태가 아닌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전개했다. 그리고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는 한국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전반전-대한민국의 공격 패턴
한국은 전반 내내 침투 패스와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활용한 크로스를 시도하며 투르크메니스탄의 밀집 수비를 공략하려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1차 압박 상황에서 지속해서 뒷공간을 노출했고, 한국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가 그 공간으로 침투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에게 패스를 넣어줬다. 이 과정에서 전반 9분 나상호의 위협적인 유효 슈팅이 나왔다. 또한 전반 10분 투르크메니스탄의 골킥 상황에서 볼을 탈취한 뒤 빠르게 뒷공간으로 쇄도하는 황의조에게 침투 패스를 연결하며 1대1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윙어, 사이드백,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루어진 삼각편대의 유기적인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나상호, 황인범, 이용으로 구성된 우측면에서 위협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전반 12분에 터진 나상호의 선제골 또한 이러한 콤비네이션 플레이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한국의 공격패턴에서 가장 핵심적인 선수들은 미드필더 이재성과 황인범이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동일한 공격패턴을 가져가며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비를 공략했으나 추가 득점을 하지는 못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투르크메니스탄의 수비 대응에 따른 문제점 발생
전반전에 측면 위주의 공격 패턴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김신욱의 교체 투입이 기대됐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후반전에 들어섰다. 투르크메니스탄 또한 동일한 라인업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전반전과는 달리 수비상황에서 더 적극적인 압박을 가했다. 특히 한국 공격의 핵심인 미드필더 선수들에 강한 압박을 가했다. 그로 인해 중앙 미드필더 선수들은 마음 편히 볼을 받아 돌아설 수 없었으며, 이는 원활한 공격 전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부가적으로 패스 미스, 컨트롤 미스 같은 사소한 실수들이 역습으로 이어졌다. 후방에 적은 수만 남긴 한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역습 한 장면 한 장면들이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왔고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는 계기가 됐다.
전반전에 보였던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적인 움직임 또한 체력 저하로 인해 나타나지 않으면서 팀 전체적으로 기동력이 약화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20분 나상호를 권창훈과 교체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렇다 할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한 채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은 35분 정우영의 프리킥 골로 언제 따라잡힐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벗어났지만 앞서 언급한 중앙 미드필더들의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김신욱의 투입
하지만 답답한 공격은 변화가 필요함이 분명했고, 기대를 모았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교체 투입됐다. 그에 맞춰 K리그1 크로스 성공률 1위의 홍철 역시 투입하며 김신욱의 헤딩골을 기대했다. 한 차례 위협적인 헤더를 보여주었으며 이후 압도적인 피지컬로 공과 상대 골키퍼를 골인시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연출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196cm라는 장신의 키는 아시아무대에서 위협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글=박경훈 전주대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사진=뉴시스/AP,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필자소개
박경훈
대한민국 국가대표(1980~1990)
전 포항제철 선수
전 대한민국 U-17팀 감독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전 성남FC 감독
현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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